어제보다 뜸해졌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아침식사를 하는 사이에만 느낀 여진이 2번이다.

어제 밤 9시 경에는 도쿄에 거주 중인 친척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계속 불통이던 핸드폰에 최초로 걸려온 전화였다. 마침 어제가 졸업식이라 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셨는데, 지하철로 이동하던 중 지진을 만난 듯 했다. 6시간 채 지하철 안에 갇혀있는 상태라고 했다. 지하가 아니라 야외여서 다행이었지만, 언제 귀가할 수 있을지, 내일 나리타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아침에 다시 연결된 통화로는, 지하철에서는 어제 밤 늦게 잘 대피해 지금 나리타 공항쪽으로 이동중이라고 했다)

밤 10~11시, 도쿄 근교는 미처 귀가하지 못한 수만 명의 시민들로 난리였다. 11시가 넘자 도쿄메트로 등 몇 개선의 지하철이 한정된 구역에서 운행을 개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도심에 위치한 각 대학들의 시설이 이들에게 개방된다는 자막이 흘렀다. 뉴스에는 종이에 출력한 지도를 보며 1~2시간 넘게 걸어 귀가하는 시민들, 렌터카를 빌리려 길게 줄을 선 시민들, 공항이나 주요 역 등에 발이 묶인 시민들이 근처 대피소로 피신하거나 역 내에 종이박스를 깔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뉴스를 보니 기자가 거주하는 치바현에도 코스모석유의 제유시설 등이 폭발하고, 해안가 지역은 쓰나미가 습격해 초토화된 마을이 있었다.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함께 급한 대로 가방을 꾸렸다. 언제라도 뛰쳐나갈 수 있도록 청바지를 입고 양말을 신은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계속되는 속보를 보며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밤을 새웠다. 잠깐 잠이 들어도 몸에 흔들림이 느껴지면 바로 눈이 떠졌다. 흔들리는 상황이 꿈인지 실제상황인지 혼동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수와 행방불명자수가 늘어갔다. NHK, 후지TV, 니혼테레비, 아사히TV등 모든 채널이 시간별대로 아나운서와 전문가들을 교체해가며 재난지역 상황과 여진 정보를 전했다. 보호헬멧을 착용한 아나운서가 주인공인 텔레비전 화면 위쪽에는, 계속되는 여진에 대한 지진속보가 계속됐다. 전 채널 공통으로 화면 오른쪽 밑에는 일본 전도가 띄어져 있고 쓰나미의 위험을 알리는 깜박임이 계속됐다.

흔들림을 느낀 후 보통 1분 내외로 텔레비전 화면에 지진속보 자막이 실시간 제공되어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나운서가 ‘어느어느 지역에 수 분 이내로 흔들림이 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멘트를 한 후에 흔들림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밤이 늦어 불을 끄고 간간히 오는 여진을 몸으로 느끼며 계속되는 속보를 시청하고 있으니, 마치 실제 체험효과가 가미된 '4D' 영화관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기상상황도 악화되어 텔레비전 화면 속 어떤 재난지역에는 꽤 큰 눈발이 휘날리기도 했다. 전기와 가스, 수도 등이 차단된 지역 주민들이 더욱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가장 큰 여진은 새벽 3시59분 나가노현에서 발생했던 M6.6의 지진이었다. 이때 텔레비전을 켜 놓은 상태로 설잠에 든 상태였는데, 기자가 거주하는 지역에도 꽤 큰 흔들림이 느껴져 잠에서 깨어 여차하면 뛰쳐나갈 준비를 할 정도였다. 계속되서 니가타현과 이바라키현 등에 지진이 발생하는 등 5시 정도까지 꽤 굵직굵직한 흔들림을 느끼며 속보를 시청했다.

6시 쯤, 불통이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깜짝 놀라 얼른 받으니, 한국의 한 지인이었다.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 걱정되어 밤에 잠도 못 잤다고 하면서,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이라고 기뻐했다. 걱정해주신 지인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현재 핸드폰이 연결될 확률은 대략 10% 정도라고 한다. 운이 좋으면 연결되는 것 같았다.

날이 밝으니, 각 방송사들이 본격적으로 헬기를 띄어 상황을 파악했다. 사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특히 진원지와 가까운 동북지역의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이와테현은 초토화 상태였다. 영화로만 보던 장면들.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화면에 등장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계속되는 속보는 너무 공포스럽다. 그 근처에 있는 이들은 속히 대피하라는 멘트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日本=金秀姸 조갑제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