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사건 1주년을 앞두고 당시 전사한 46명의 병사들에 대한 추모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젊은 대학생과 애국단체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추모행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전사자 추모행사에 성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정부가 앞장서서 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외면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에 관해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라가 어느 정도 바로잡혀가고 있다는 징표인 것으로 보여 마음 흐뭇하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1주년이 가까워 올수록 외롭고 가슴이 아픈 분들이 있다. 바로 천안함 장병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희생된 98금양호 선원의 유족들이다.

저인망 어선인 금양호는 천안함 사건 후 정부의 요청으로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귀환하던 중 조난을 당했다. 9명의 선원 가운데 2명의 시신은 수습했지만, 나머지 7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유족들은 사고 직후부터 희생자들을 의사자(義死者)로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당시 금양호가 구조작업을 마치고 귀환하던 중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정치권과 인천시,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금양호 희생자들을 의사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법규정을 내세운 관료주의의 벽 앞에 가로막혀 결실을 보지 못했다. 다만 국민 성금 2억 5000만원이 유족들에게 전달됐을 뿐이다.

이는 국가가 크게 잘못한 것이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의 명예를 기릴 생각은 않고 법규정이나 앞세우면서 돈 몇 푼으로 해결하려 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봉사하러 나섰던 이들을 이렇게 홀대한다면, 앞으로 누가 선한 일에 나서겠는가?

다음 달 2일이면 금양호 선원들이 유명(幽冥)을 달리한 지 1주년이 된다. 더 이상 고인(故人)들의 영혼을 구천에 떠돌게 하고, 유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줘선 안 된다.

우선 정부는 천안함 영령(英靈) 추모행사를 비롯해 향후 천안함 관련 행사에서 금양호 희생자들을 천안함 영령 및 한준호 준위에 준해 추모해야 한다. 대통령이 금양호 유족들에게 별도로 따뜻한 위로의 뜻을 표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내일 천안함 추모 행사를 진행하는 시민단체들 역시 98금양호 선원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이분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꼭 표했으면 한다.

아울러 국회는 현재 계류 중인 관련 법을 조속히 개정해 금양호 희생자들이 의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머리 숙여 금양호 희생자들의 명복(冥福)을 빌며, 유족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위로의 뜻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