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교체를 계기로 대북정책이 유화적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솔솔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보수층의 반발을 의식해서 물러난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을 대통령통일정책특보로 기용하고, "대북정책 원칙에 변화 없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이름만 '우익'인 유우익 장관은 벌써부터 '유연성'운운하고 있다. MB도 장사꾼답게 주판알 튕겨보고 이문이 남겠다 싶으면, 김정일과 정상회담하겠다고 달려들 가능성이 높다. 좌익세력이나 야당은 물론, 홍준표 대표 같은 여당인사들도 남북관계를 풀라고 아우성이니 말이다.

'유연하게 남북관계를 푸는 해법'도 슬슬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사과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문제에 매달릴 수 없다"면서 "북한이 연평도 문제는 유감표명하고 천안함 관련해선 간접적으로 유감 표명하는 포괄적 수준에서 사과하는 방향"(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렸지만, 다시 상기시켜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건 작년 5-24조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뭐라고 공언했는가 하는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분명히 "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책임자 처벌은 슬그머니 사라리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만이 이야기됐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천안함 사건마저 구렁이 담넘어가듯 넘어가자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일각에서 이야기되는 것처럼, 이명박 정권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다면, 그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5-24선언은 어떻게 된 것인지, 특히 그 때 요구했던 '책임자 처벌'문제는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사실 '책임자 처벌'문제가 슬그머니 사라진 것만 해도 큰 양보다.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더 양보한다는 말인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명시적 사과 없이 남북관계를 대화모드로 전환하면,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해서나, 국제사회에 대해서나, 실없는 나라가 되고 만다. 천안함 영령들을 또 한번 죽이는 것이 된다. 그 순간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존재 이유마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작년 5월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