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 지난 9월28일 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제가 중앙묘지를 찾아간 것은 성묘하러 간 것이 아니고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같은 천재들의 무덤 앞에서 그들의 작품을 공짜로 즐기고 있는 데 대해서 감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장 큰 감사를 받아야 할 모차르트의 무덤은 이곳에 없습니다. 기념비만 세워져 있습니다. 이날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한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와 작곡가들의 무덤 앞에 꽃을 바치곤 했습니다.

1791년12월 비엔나에서 모차르트가 35세에 죽었을 때 그의 시신은 무연고자가 죽으면 담는 관속에 실려 마르크스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가난과 좌절, 그리고 무시속에서 죽은 희대의 천재는 그 주검마저 내팽겨쳐진 셈입니다. 어디에 묻었는지 제대로 표시를 하지 않아 징기스칸의 무덤처럼 그의 무덤도 실종되어버렸고 다만 묻혔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기념비가 있을 뿐입니다.
저는 모차르트가 1756년에 태어난 잘츠부르크에서도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이 도시는 온통 모차르트를 팔아서 먹고사는 듯했습니다. 맛없는 음식점에선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해주고는 터무니 없는 밥값을 받습니다. 매년 여름에는 잘츠부르크 음악축제가 열려 관광객들이 몰리는데 이것도 모차르트 축제로 구상되었던 것입니다.
잘츠부르크市가 모차르트의 조각상을 세운 것은 그가 죽은 지 51년이나 흐른 뒤였습니다. 모차르트의 대표작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과 '돈 지오반니'도 비엔나에서 발표되었을 때는 혹평을 받았습니다(프라하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음).
당대에 무시당하고 후대에 감사를 받는 비극적인 천재의 전형인 모차르트 앞에 서면 모두가 빚진 사람이 됩니다.
最高, 最大, 最多는 영원할 수 없지만 最初는 영원불멸입니다. 천재란 바로 이 최초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인간이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깊고 가볍고 어둡고 밝은 소리를 만들어낸 것이 모차르트였습니다. 최초를 만들어내는 것을 창조라고 합니다. 신을 創造主라 부르는 것은 창조란 하느님의 고유영역이란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입니다. 인간의 창조는 그처럼 신성한 것이지요.
선진국의 조건을 여럿 이야기하지만 저는 창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충만한 사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조는 무엇보다도 자유롭고 生動하는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비엔나를 무대로 한 유명한 영화 '제3의 사나이'(캐롤 리드 감독, 오손 웰스 주연, 그래함 그린 원작)에선 이런 대화가 나옵니다.
'이탈리아는 (독재자) 보르지아 치하에서 30년 동안 전쟁, 테러, 학살,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았으나 그들은 이 시기에 미켈란제로, 다 빈치,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들어냈다. 스위스에선 우정과 500년 지속된 민주주의와 평화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무엇을 만들어냈는가. 뻐꾸기 시계 말고 무엇이 있는가'
모차르트, 큐리 부부, 뢴트겐, 파스퇴르 같은 천재들의 작품은 국경을 넘어서 인류 전체의 행복을 증진시켜줍니다. 그런 일은 권력자나 정치인이 할 수 없는, 神을 닮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 한번 천재에게 감사를! 그런 천재를 알아주는 사람들에게도 감사를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