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도청 신청사 조감도/경북도청 신도시본부 홈페이지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의 경상북도가 4055억 원을 투입해 지난 3월10일 開廳한 경북도청 신청사가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4만5000㎡의 부지에 세워진 신청사는 완공 후 줄곧 시민들 사이에서 ‘현대판 아방궁’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규모가 압도적이다. 현대식 건물에 한옥의 팔작(八作)지붕을 올려 공중에서 보면 흡사 청와대를 옮겨놓은 것처럼 보인다.

신청사는 조경에만 16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건물 내부에는 각층 곳곳에 유명화가의 작품을 걸어놓고 갤러리처럼 꾸며놓았다. 각 층의 휴게공간 역시 고급스럽게 연출되어 있다.

첫 인상이 청와대를 연상시키는 완공 이후의 경북도청 신청사의 모습.

경상북도가 신청사를 안동‧예천 신도시로 선정한 이유는 낙후된 북부지역의 발전을 견인해 道內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 신청사 開廳으로 북부지역 성장의 거점은 마련됐지만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내 동남권 주민들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新도청 한번 갔다 오려면 하루가 깨져

경상북도 동남권은 도민의 50% 이상이 거주해 행정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일부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신청사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고령, 경산, 경주, 성주, 영천, 칠곡, 포항 등 동남권 지역에 ‘경북도청 제2청사를 개청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어왔다. 아래는 이 문제를 최근 중점 취재한 <칠곡신문방송> 보도의 일부이다.

《신청사 이전이 2008년 6월 결정됐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신도청 교통망 확충을 외면한 결과 동남부권 道民 등은 도청 가기가 시간적으로 큰 부담을 가지는 등 난맥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경북도청 이전지 결정시 가장 중요한 접근성을 무시하고 낙후된 북부권 개발이란 명분으로 안동-예천으로 이전지를 몰아간 데 있다. 270만 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도청은 도민 누구나 도내 어디에서나 비교적 쉽게 방문하고 볼일을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도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요컨대 지리적으로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것이 도민 전체를 위해 공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쪽으로 너무 치우쳐 도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도민들은 '신도청을 한번 갔다 오려면 거리가 멀어 일을 보고 오려면 하루가 깨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곳으로 옮겼는지 모르겠다”며 “도민들이 가기가 불편해 가고 싶지 않은 도청이 될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다. 차라리 대구에 그대로 있었다면 이 같은 불편을 겪지 않을 뿐 아니라 도청 직원들도 정주여건 등이 엉망인 도청 신도시에서 사서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自嘲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 신도청까지 1시간 30분 이상 걸려 출퇴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 동남권 주민들은 차로 모든 도로를 이용해도 2시간 10분 이내에는 신도청까지 도착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신청사 開廳으로 북부지역 성장의 거점은 마련됐지만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동남권은 주민들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청 제2청사 포항(동해안발전본부) 유치 

경상북도는 최근 동해안발전본부의 포항지역 이전을 확정한 뒤 조직의 기능을 확대해 사실상의 제2청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상북도는 지난 달 26일 포항시가 동해안발전본부의 입지 몇 곳을 선정해 통보해 주면 조만간 발주 예정인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에 최종 입지선정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경상북도는 포항시가 늦어도 오는 9월까지 동해안발전본부 입지 후보지 몇 곳을 추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다. 

서울경제 2016년 2월17일자 보도

또 입지 규모도 당초 3만3천㎡ 안팎에서 크게 늘어나 약 9만9천㎡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인력도 당초 4개과 64명을 이전키로 했으나, 향후 원자력 및 에너지 관련 부서와 종합건설사무소가 이전할 경우를 대비해 본부의 확장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경상북도는 신도청 건설 과정에서 교통망 확충을 외면한 결과 동남권 도민들의 민원이 많아지자 고속도로 3개 노선, 국도8개, 지방도로, 국가철도망 등을 신설 및 확장하는 계획을 이미 세운 상태이다. 구체적으로 ▲동서 4축(상주-영덕) 고속도로는 올해 말까지 2조7000억 원을 들여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신도청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은 기본 조사가 진행 중으로 향후 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2017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 상주-영천 민자고속도로(93.9km)에는 총 2조1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수도권과 경북 내륙을 연결하는 철동망인 중부내륙 고속철도 건설에는 1512억원(2016년 2월 기준)이 투입됐고 이천-충주간 구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충주-문경 구간은 기본·실시설계 중이며 올해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중부내륙 고속철도 공사에는 2023년까지 모두 4조3천420억 원을 투입한다. 이들 교통망이 ‘모두 완성’되기까지는 길게 잡아 6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경상북도는 신도시 인구가 10만 명에 이르는 2022년쯤에는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대구 <매일신문> 2016년3월1일자 보도 인용). 결국, 신청사에서 멀리 떨어져 거주하는 경북도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신청사를 오가려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하거나 자가용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도민들의 접근성을 감안해 대중교통 대책조차 면밀히 세우지 않고 도청을 이전한 공무원들의 무책임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방자치단체, 청사 신축은 '꿩먹고 알먹는 게임'

준공된 지방청사 현황(감사원 보고서, 2010년 11월 기준)

記者의 취재결과 시민편의를 무시한 채 막대한 비용을 들여 크고 화려한 관공서를 짓는 현상은 비단 경상북도 뿐만이 아니었다. 2010년 공개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민선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5년 이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청사를 건립해왔는데, 2010년 4월 까지 65개 기관에서 청사를 신축했고, 12개 기관에서 청사를 신축 중이었다.

청사를 건립한 65개 기관의 재정실태를 분석해보면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기관이 51개(78.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뚜렷한 원칙도 없이 청사 내에 업무공간 면적의 몇 배에 이르는 도서관, 공연장, 복지회관 등 각종 편의시설 등을 설치하여 청사의 규모를 부풀리고 운영비용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시설의 내외장재를 고급화하는 등 외관을 꾸미는 데에만 치중하여 에너지 낭비형 구조로 청사를 건설하는 등 호화청사를 건립했다.

건설중인 지방청사 현황(감사원 보고서, 2010년 11월 기준)

청사를 신축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뭔가 새로워진 것 같고 치적으로 남기 때문에 임기제의 단체장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흥청망청으로 나라살림은 머지않아 구멍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한국이 日帝치하에 있던 1913년 아르헨티나는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4위를 기록하던 경제부국이었다. 그러나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정치실정, 공직자들의 낭비습성)로 인해 하루아침에 ‘거지나라’가 되었다. 사치와 허영은 부정부패와 국가패망의 지름길이다. 이는 객관적 사실이자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