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기통계: 국민계정 1911~2010(2012년 판)》에 따르면 1910년~1940년 기간 동안 朝鮮의 경제는 연평균 3.6%가량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증가율을 고려하면 이 기간 동안 朝鮮의 1인당 실질 소득은 연평균 2.3%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승욱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저서인 《제도의 힘》에서 “당시 세계 경제는 대공황 등으로 인해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은 정체와 위기의 시기를 보냈다. 그로 인해 1913~1950년 기간 동안 세계 전체의 1인당 생산은 0.9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하면 식민지 조선의 경제성장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에 시장경제가 들어온 시기는 해방 이후가 아니라 일제시대”라며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서 서구의 자본주의를 이식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조선을 합병(1910)하기 이전인 1905년 이미 조선에 화폐정리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농공은행(1906), 지방금융조합(1907), 동양척식회사(1908년) 등을 설립해서 조선을 일본과 동일한 경제권으로 통합할 준비를 했다. 독일이 동서독을 통합할 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이 화폐통합이었듯이, 이질적인 두 경제권이 통합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화폐통합이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1906년에 이미 재정기구를 정비해서 왕실재정과 국가재정을 분리하고, 왕실재정을 대폭 축소시켜 국가재정으로 귀속시켰다. 그리고 식민통치에 필요한 철도, 항만, 도로, 통신을 위한 재정 지출의 기초를 수립했다...(중략)

그리고 1912년에 조선민사령을 발표해서 사유재산제도하에 ‘사적 자유의 원칙’을 세웠다. 즉 재산권에 관한 근대 민법의 기본 원리인 소유권은 절대적이며, 국가도 이를 임의적으로 침해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소유권 절대의 원칙’과 재산권을 양도하거나 처분함에서 소유자의 자유의사에 기초한 계약만이 법적으로 유일하게 유효하다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확립했다. 모든 재산권은 국가가 정한 법에 따라 등기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1912년 ‘조선부동산등기령’을 시행했다. 그리고 1920년까지 대부분의 관세를 폐지시켜 조선과 일본을 한 경제권으로 만들었다.>

김승욱 교수는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 이후 패망에 이르는 1945년까지를 ‘15년 전쟁기’로 표현하는데, 실제적으로 일본이 조선에 대해 통제경제를 실시한 시기는 1937년 또는 1938년 이후 약 7~8년 기간”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일제시대 전체를 동일하게 보아서는 안 되고, 1905년부터 1937년까지는 시장경제체제가 작동되었고, 1937년 이후 군국주의자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서 통제경제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제시대 한반도에서 시장경제가 작동됐던 1905~1931년 기간 동안 일본 본토에서는 정치, 사회, 문화 각 방면에서 일련의 민주주의, 자유주의 운동이 ‘반짝’ 꽃을 피운 시기가 있는데, 일본 역사학자들은 이 시기를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라고 한다.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막을 내린 후 일본은 천황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언행이라도 했다가는 바로 치안유지법에 적용되어 끌려갔던 광기의 전시 체제가 열리게 된다. 

1905년 이후 소위 ‘식민지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110년의 역사를 보면 1937년 이후 7~8년간의 통제경제 기간과 해방직후 1945년부터 1948년까지 3년간 미군정에 의한 통제경제 기간이 있었다. 그리고 1905년 한국전쟁 발발로 인한 3년간의 통제경제 시기가 있었다. 이 13년을 제외하고 한국은 시장경제 하에서 경제가 발전되어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승욱 교수는 “한반도 남쪽에서 시장경제체제가 성립되어 발전된 것이 1960년대 압축경제성장기에만 이룩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시장경제에 필요한 제도적 틀은 일제시대부터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꺼내면 거부감부터 갖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감정(反日감정) 사이에서 표류하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일제시대를 ‘암울한 시대’로 규정하고, 모든 학생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다. 

韓日양국 국민 모두 1905~1945년 동안의 자국 역사에 문외한인데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시기가 됐다.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이유로 일제시대의 ‘사회변동’을 부인하는 태도는 독재정권이었다는 이유로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