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중에는 해외노동자로 외국에 파견되었다가 현지를 탈북하여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북한 주민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동남 아세아 나라에 많은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남한정착 1개월차 탈북민 최 씨는 3년 전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해외노동자출신이다. 그는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있는 북한 '청부 회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구소련이 우즈베키스탄 지방에는 북한 노동자 1000여 명으로 꾸려진 '청부 회사'가 있다. 회사 구성을 보면 15개 작업반으로 꾸려졌다. 한 개 작업반에는 보통 7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망라되었다. 그들은 작업소에서 지정해 준 일감이 없이 자체로 주변을 다니면서 일감을 찾아야 한다.

북한 정권은 '청부 회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700달러를 바쳐야 한다는 규정을 내걸었다. 만약 달마다 부과된 돈을 내지 못하면 다음 달로 이월되어 빚을 지게 된다. 돈을 벌려고 외국에 나왔다가 도리어 빚쟁이가 될 수 있는 기막힌 상황이 초래된다. 대부분 노동자는 5~10명씩 조를 무어 도시 주변이나 농촌 마을로 일감을 찾아 떠난다. 운 좋은 노동자들은 아파트 건설이나 터널 공사장에 채용되어 일한다. 뭐니 뭐니 해도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개인 집 주차장, 건물 보수작업은 단기간에 끝난다. 그러다 보니 공사가 끝나면 새로운 일감을 찾아 정처 없이 다녀야 한다. 한편 북한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정권의 규율은 해외도 예외가 아니다. 사업소 사무실에 주둔한 보위지도원은 작업만마다 박아 넣은 첩자를 통해 노동자들의 동향을 감시한다. 또한, 작업조마다 조장을 선발하여 먼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위치와 행적을 매일 보고하는 지휘체계를 세워놓았다.

최 씨는 "일감이 가장 많은 시기는 7~8월이다. 이맘때면 학교마다 방학 기간이라 대보수 공사가 종종 진행된다. 학교 당국은 북한노동자들에게 늦어도 한 달 안에 재보수 공사를 끝내달라고 부탁한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하루 2~3시간 숙식하면서 일을 한다. 노동 강도가 높아도 일감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이 좋은 달에는 1000~1200달러 정도 벌 수 있다. 그중 사업소에 700달러를 바치고, 식비에 지원금까지 바치면 200~300달러는 손에 쥘 수 있다. 반면 일감이 없어 돈을 벌지 못하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노동자들은 작업소에 돈을 내야 하는 날짜가 가까워 오면 근심에 쌓여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탈북민 장 씨는 "북한 정권의 해외노동자 파견은 5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초창기에는 소련의 원동지방에 많이 파견되었고, 1980년대 중반부터 쿠웨이트를 비롯한 동남아 나라들에도 속속 파견되었다. 또한, 건설업을 전문으로 하는 노동자들도 많이 파견되었다. 지금까지는 작업소에서 일감을 제공해주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했지만 공공연한 '청부 회사'가 생겨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북한 정권이 노골적인 청부회사를 만들어 낸 것은 종전보다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규칙적인 노동규율을 생명으로 여기던 종전의 방식은 이미 사라진 셈이다. 어떻게 하든 노동자들을 통해 많은 달러를 끌어들이는 것이 북한 정권의 목표라는 것을 현실로 보여 준 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