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부산 부민동에 건립되었다가 사라진 李承晩 초대 대통령 동상의 행방을 찾아보았다. 이 글은 이 동상의 受難記(수난기)이다. 지난 5년간 이 동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受難의 시작: 페인트 습격

붉은색 페인트를 뒤집어 쓴 李 대통령 동상.

2011년 3월, 부산 부민동에 건립된 이승만 대통령 동상은, 同年 6월3일 페인트 습격을 당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6월3일 새벽 누군가가 높이 170㎝의 이승만 동상의 머리에 붉은색 페인트를 부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이날 오전 7시께 인근 주차장 직원이 발견했다고 한다. 이 직원은 때마침 출근하던 洞長(동장)에게 알려 경찰과 구청에 신고했다고 한다.

주차장 직원의 이야기를 들은 부민동 洞長은 “아침에 출근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는 순간 주차장 직원이 이승만 동상에 붉은색 페인트가 부어져 있다고 얘기해 이를 확인,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2011년 6월3일字, 인터넷 <뉴시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로 추정되는 20~30대 남성의 몽타주 1만 여 장을 제작·배포했다. 인근 페인트 판매상들을 대상으로 판매처를 캐묻기도 했다. 동상이 있던 자리는 CCTV가 없는 사각지대라 목격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범인을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페인트를 뒤집어 쓴 동상은 사건 발생 직후, 補修(보수)를 위해 한 업체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로부터 약 2년간 동상은 사라지고, 李 대통령의 연설문과 소개글이 적혀 있는 중앙석(동상을 받치고 있던 부분)만 남은 채 비정상적인 상태로 방치되었다.

 동상 사라지고, 새 조형물 설치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철거된 자리는 약 2년간 중앙석만 남은 채 사실상 방치됐었다. 사진은 부산일보 7월6일字 기사 캡처.

2013년 7월, <부산일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매체는, ‘동상이 철거됐는데 중앙석의 연설문과 소개글이 남아있는 것은 모순’이라며 ‘반쪽짜리 철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좌측 사진).

이 보도가 나온 지 3개월 후, 부산 서구청은 李 대통령 동상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조형물인 ‘群像(군상)’을 제작해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보도한 <부산일보>는 ‘군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둥근 圓 안에 각양각색의 인물을 새겨 넣었다는 점에서 특정 이념에 편향된 느낌을 주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진보와 보수 양쪽을 아우르는 동시에 이 일대의 역사성도 살린다고 본 것이다.> (출처: 인터넷판, 2013년 10월17일字)

이 소식을 전하며 <부산일보>는 이승만 대통령 동상의 행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있던 자리에 새로 설치된 '군상'이란 조형물. / 촬영: 조갑제닷컴

 사라진 동상을 찾아서

기자는 지난 8월24일, 부산 서구청에 전화를 걸어 사라진 동상이 현재 어디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서구청 문화관광과의 한 여직원은 ‘동상을, 2011년 8월경 임시수도기념관 內 정원에 재설치 해줄 것을 요청한 公文이 있다’며 그 내용 일부를 읽어주었다.

임시수도기념관에 전화를 걸어 그 公文대로 동상이 館內(관내)나 정원 등에 재설치 되었는지 물었다. 임시수도기념관 측은 ‘재설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념관 직원은 ‘2011년 8월에 재직했던 기념관장에게 확인한 결과, 정원이나 館內에 설치된 적은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이 직원은, ‘그 동상을 아직 서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튿날 기자는 부산으로 내려가 임시수도기념관에 들렀다. 기념관으로 가는 도중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있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부산일보> 보도대로 ‘군상’이란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동상을 받치고 있던 基壇(기단·중앙석)은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가로 세로 약 1.5m 정도의 정사각형 모양이었다. 그 곳에서 도보로 1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기념관이 있었다.

동상이 있던 위치와 임시수도기념관은 도보로 1분 여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이승만 대통령 동상은 임시수도기념관 內에 없었다. 館內(관내)는 물론, 정원에도 없었다. 임시수도기념관 학예사에게 ‘페인트 습격을 당한 李 대통령 동상이 현재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묻자 그 역시 ‘잘 모른다. 아마 서구청이 알겠지…’라고 했다.

 서구청, '책임지고 찾아보겠다'

기념관을 나온 기자는 부산 서구청에 들렀다. 구청 문화관광과의 담당 계장을 만나 그에게 동상의 소재를 물었다. 계장은 부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소재를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그는 ‘우리(서구청)가 2011년 8월경 임시수도기념관 측에 동상 재설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때 임시수도기념관이 내부공사를 하는 등 여러 이유로 (동상 再설치에) 어려움을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관광과 여직원이 기자에게 전화로 말해준 그 公文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였다. 담당 계장은, ‘확실하진 않지만, 협조공문이 나간 후 구두 상으로 동상 재설치에 관한 이야기가 임시수도기념관 측과 오고 갔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 동상은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의 동상이다. 區(구) 차원에서 반드시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책임지고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기자는 임시수도기념관에 2011년 8월경 부산 서구청으로부터 그런 협조요청(동상 再설치)을 받은 적이 있는지 다시 물어보았다. 기념관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9월5일 현재 아무 연락이 없는 상태다.

 동상의 現 소재지 확인… '再설치 검토 중'

서구청 문화관광과 담당자가 보내온 이승만 동상의 현재 모습.

부산 서구청과 임시수도기념관의 입장을 확인하던 중, 서구청 문화관광과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철거된 동상의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좌측 사진). 

기자와 만났던 문화관광과 계장은, 그후 이승만 대통령 동상을 제작한 文 모 조각가에게 연락해 현재의 동상 사진을 받았다고 한다. 보내온 사진을 보니 동상에 묻어있던 페인트는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 사진의 배경엔 각종 工具(공구)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어느 공장에 보관 중인 듯했다.

9월5일 문화관광과 계장은 기자에게 동상 再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왔다. 그는 현재 경기도 某 처에 보관되어 있는 동상을 조각가와 협의해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뒤 서구청 관할 지역 내에 (再설치에) 적합한 곳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계장은 <조갑제닷컴> 취재 이후, 再설치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