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미국 대선에 대한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잡지는 대선이 60일도 채 안 남은 현재 두 후보간 격차는 크게 좁혀지고 있으며 일부 경합주에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자신의 종교 성향을 밝히는 등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변화를 주고 있다고 했으며 제3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투표 의사가 없다고 밝힌 유권자가 25%에 달하는 점이 대선에서 ‘깜짝 놀랄만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인기를 분석한 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誌는 기존의 정치학 이론이 모두 무너져버렸다고 했다. 어떠한 기존의 정치학 개념도 트럼프의 성공적인 선거 운동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트럼프 지지자들이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를 원하고 흑인이 과잉 혜택을 받아왔다고 생각하는 백인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의 일부 내용을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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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의 종교성향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난 9일 미주리州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전국침례교 총회에 참석해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등 자신의 기독교적 성향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매일 밤 잠들기 전 항상 침대에서 기도를 했으며 어머니는 週日(주일)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클린턴 후보가 점점 자신의 부드러운 점과 인간다운 모습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클린턴의 변화 이유는 클린턴의 지지기반이 약해지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은 전국 지지율에서 트럼프를 불과 3~5% 포인트 가량 앞서는 수준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당선된 이후 지지율 격차는 8% 포인트에 달했고 트럼프가 일어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국무부장관 당시 사용한 개인 이메일 스캔들과 그가 당시 운영하던 가족 재단의 연관관계가 있다고 밝혀지며 트럼프 지지율이 올라갔다. 클린턴이 더 이상 지지를 잃게 된다면 당선은 어려워진다.

최근 CNN이 발표한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조사는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은 중도와 부동층 유권자를 포함한 개념이긴 하며 등록한 유권자만을 한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여전히 앞섰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이제 대선까지 60일도 채 남겨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클린턴은 부드러운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으며 트럼프와 자신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클린턴이 승리할 가능성이 아직은 더 높다. 50개 주와 워싱턴 DC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성향의 州(주), 즉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대부분의 곳에서도 클린턴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9월8일 발표된 퀴니피악 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이 스윙 스테이트 중 가장 중요한 곳 두 곳에서 뒤처지고 있다. 클린턴은 현재 전체 스윙 스테이트 지지율에서 트럼프를 3% 포인트 가량 앞선다. 하지만 클린턴은 플로리다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오하이오에서는 트럼프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번 같이 접전인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는데 더욱 어려운 부분은 자신이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람과 제3당 후보를 뽑겠다는 사람이 예년과 비교해 크게 높은 점이다. 월트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13%의 유권자가 현재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수치는 8% 수준이었다.

개리 존슨이나 질 스타인 등 3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트럼프나 클린턴 두 명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사람이 전체 유권자의 25%에 달한다. 소수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실제로 대선이 다가오면 주요 정당 후보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깜짝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유난히 누구를 지지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한 유권자가 많은 이유는 두 명의 후보가 모두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권자들은 9월26일 열릴 첫 대선후보 토론회 이후나 돼야 결정을 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클린턴의 神(신)을 사랑한다거나 이웃을 사랑한다는 형태의 연설을 많이 듣게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발표했을 시 대다수의 미국인은 한 목소리로 조롱을 보냈다. 이들은 오래된 정치학 이론을 통해 트럼프같이 경험이 없고 이념 타파적인 사람이 공화당 후보로 당선될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했다. 이들이 믿었던 정치학 개념은 무너져버렸으며 미국 정치학자들은 오래된 정치학 개념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빠르게 만들어내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는 이번 달부터 트럼프를 주제로 한 정치학 수업을 시작할 계획이기도 하다.

정치학에서 유명한 이론 중 하나는 ‘黨이 결정한다(The Party Decides)’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책은 한 정당이 자신의 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특정 유권자만을 위한 공약이나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의 경우 패배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소셜미디어나 ‘언론 플레이’를 통해 직접 유권자와 소통하면서 이기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론이 트럼프의 浮上(부상)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는지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화당 경선 과정 중 언론은 트럼프를 집중 조명해왔다. 나머지 16명의 공화당 후보는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책에 소개된 ‘黨(당)이 결정한다’는 오래된 이론은 무너지고 ‘트럼프學’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탄생했다. 갤럽이 미국인 8만7000명을 조사한 결과 거주지역이 국제화되지 않았거나 제조업이 타격을 입은 곳, 그리고 이민자가 몰려든 곳에 거주할수록 트럼프를 우호적으로 봤다.

쉽게 설명하자면 자유무역협정과 이민자에게 피해를 당한 미국인일수록 무역 보호주의와 反 이민정책을 외치는 후보에게 쏠린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트럼프의 인기가 높은 지역은 거주자의 건강이 좋지 않거나 신분 변동성이 적은 곳이다.

세일즈맨인 트럼프는 선거운동 시작부터 “과거부터 양당(兩黨)의 정치인 모두 백인 중산층에 대한 정책을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율은 40%가 넘으며 이 중 일부분은 이러한 성향의 지지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어떠한 정치학 이론도 ‘권위주의’ 이론만큼 이번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1월에 발표된 한 논문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권위주의’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즉, 무슬림과 멕시코인에 대한 트럼프의 언행에 쾌락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인이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를 원한다는 게 아니다. ‘권위주의’라는 것은 자녀 양육에 사용되는 ‘노인 공경이 중요한가 개인의 자유가 중요한가”와 같은 질문으로 정의할 수 있다. 트럼프 지지자는 복종과 권위를 중요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이론을 실험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誌(지)는 지지자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설문조사기관 유거브가 진행하는 주간 지지율 여론조사에 ‘권위주의’라는 항목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사 결과 ‘권위주의’ 항목은 트럼프 지지자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유거브 조사의 다른 질문 항목에서 트럼프 지지자 성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결과가 나왔다. 유거브는 흑인들이 특별한 혜택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예를 들어 “지난 몇 년간 흑인은 자신들이 받아 마땅한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일수록 인종적 적개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했다.

인종간 적개심이 트럼프 지지자 사이에서 크게 부각됐다. 59%의 트럼프 지지자는 인종간 적개심이 가장 높은 상위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자의 46%와 전체 유권자 29%와 비교할 시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테러와 싸우기 위해 더욱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 역시 트럼프 지지 성향을 보였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여러 인종이 살지 않는 지역에 사는 미국인일수록 트럼프 지지자가 많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트럼프의 인기가 ‘강력한 지도자(strongman)’를 갈망하는 미국인으로부터 나온다는 추측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트럼프가 흑인 사회의 범죄와 실업률이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흑인 유권자를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라 흑인은 게으르고 과잉 혜택을 받는다고 믿는 백인 유권자를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