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언

김영란 법이 공직자는 물론이고 민간영역에 속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에게까지 청렴의무를 부과시키고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금품을 수수하고 청탁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위의 현원장이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하여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이는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이 일부규정만으로 개정으로는 이법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법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만간에 이를 전면개정하거나 부칙을 개정하여 시행을 연기해야 할 법률임이 분명하다.

특히,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입법적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많은 국민들이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행상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II. 시행상 우려되는 법리적 쟁점분석

1. 신고제도의 남발

김영란법은 대부분의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 우려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본권제한방법이 적절하지 않은 위헌적 법률이다.

이법은 크게 2가지 행위유형을 규제하고 있는데, 하나는 부정청탁을 금지시키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시키고 있다 (법 제5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제1호).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회에 100만원 이상 또는 연 300만원 이상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에 대하여 3년 또는 2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제8조, 제22조 제1항, 제2항).

공무원이나 선출직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에게 일반국민이나 학부모 등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해석상 과태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법위반행위가 있었는지 불분명하더라도 누구나 공공기관, 감사원,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 포괄적인 모든 기관에 신고만 하면 신고를 받은 주체는 필요한 조사나 감사 또는 수사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법 제13조). 또한 수사결과를 신고자에게 통지하여야 하는데, 신고자가 이의 제기하거나 재조사를 요구하는 경우 재조사를 이행해야 하도록 의무를 부과시키고 있다 (법 제14조). 그리고 신고한 자는 보호도 받고 보상도 받도록 되어 있다 (법 제15조).

결국, 모든 국민은 사립학교교원이나 언론인, 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중 누구를 만나 하소연하거나 개선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상의 갈등 등과 같은 사실이 발생하면 누구나 조사나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모든 국민들이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행위로 공공기관의 수사나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투망식 형사처벌 가능성

김영란법의 부정청탁의 유형을 보면 공직자의 경우에는 그 직무상 인허가권, 감독권 등 그 범위가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따라서 부정청탁의 목적도 명확하며, 이로 인하여 공직자가 남용할 권한도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인의 경우에는 부정청탁을 유인하는 그 직무가 명확치 않은 경우가 많다. 당연히 부정청탁을 유인하는 권한남용행위 역시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해석상 언론인에게는 법 제5조 제1항 제9호의 거래관행, 제5조 제1항 제3호의 채용, 제5조 제1항 제4호의 선발 등의 경우에 제한적으로 적용가능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제8조의 금품수수 금지관련 조항이 언론인에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법리상 원인관계가 없거나 불명확한 행위에 대하여 그 결과책임을 부과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원리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는 부적절한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법은 사립학교교원이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에 대하여 공직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법 제5조 제1항 10호).

일반적으로 부정청탁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공직자등에게 폭넓은 재량의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사립학교교원의 경우 학교성적관리업무의 상당 부분은 재량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부정청탁의 기준을 사립학교 교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사적 자치를 침해는 부적절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3. 가족간 신뢰훼손 우려

김영란법 제9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공직자등은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등을 받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을 안 경우에는 소속기관장에게 지체 없이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공직자등에게 수수 금지 금품 등의 수수․제공의 약속․제공의 의사표시를 받은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신고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는 연좌제 금지에 관한 제13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위배된다고 본다. 

또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가족간 개인의 존엄을 유지할수 있도록 국가에게 보장의무를 부과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법으로 인해 배우자가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는 금품을 수수하더라도 이를 신고토록 함으로써 가족간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도록 법률로 강제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III. 결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7위라는 사실 때문에 부정청탁금지법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입법취지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부패지수의 산정시 국내 언론종사자와 사립학교교원들의 부패정도가 포함되었다는 증거없이 추상적으로 개연성만을 가지고 언론사와 사립학교 분야의 부패를 개선하겠다는 부정청탁금지법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은 이법으로 인해 일반국민들의 사적 자치가 과도하게 침해되어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국민을 행복하게 할 책무가 있는 국가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국민의 사적 자치를 통제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전면개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