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간지가 社說(사설)을 통해 헌법 71조에 의거, ‘擧國(거국)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길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15일자 사설(朴 대통령, 헌법 71조 ‘대통령 권한대행’ 수용하길)에서 <우리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闕位(궐위)되거나 事故(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면서 <유·무죄 논란에까지 휘말린 대통령이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사설은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빌어, <朴 대통령의 이 상황이 헌법 71조상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고도 했다.

사설은 <물론 법률 해석상으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헌법은 법률 문서이기 이전에 국민의 정치적 합의를 담은 문서다. 現 시점에서 혼란을 최대한 줄이며 질서 있게 수습해가는 방안은 거국총리로 하여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도록 하는 것 외에 달리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社說과 관련해 헌법학자인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의 요지이다.

─ 대통령의 現 상황이 ‘事故(사고)’에 해당되는가?

헌법 71조의 사고라는 것은,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즉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때를 말한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를 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행정부의 모든 최종 결정 사항(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이)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정도의 사고를 당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만 국무총리가 법률에 따라 권한대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 헌법 65조는 탄핵소추를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순서가 어떻게 되는 게 맞나? 탄핵이 먼저인가,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말한) 2線 후퇴가 먼저인가?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나 혐의가 구체화되면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탄핵소추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게 현행 대통령제 下에서의 가장 合憲(합헌)적인 절차이다. 헌법 84조에는 대통령에게 형사 불소추 특권이라는 게 부여되어 있다. 내란죄나 외환죄가 아닌 다음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핵소추 밖에 없다. 정상적인 헌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헌정사에 교훈이 된다.

─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擧國총리’라는 개념이 헌법에 부합하는가?

대통령제 下에서는 거국내각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다. 거국총리라는 건 정치적인 용어이다. 헌법 어디에 거국총리라는 게 있나? 거국내각을 구성하려면 정부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권력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것은 헌법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개헌을 하지 않고 헌법을 바꾸는 것은 違憲(위헌)이다. 아마도 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 황교안 씨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걸 막기 위해 거국총리를 주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金 교수는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보면, 자기들 정권창출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이다.

<헌법의 기본권 조항은 확대해석하고, (헌법 71조와 같은) 국가권력 조항은 엄격하게 축소해석해야 한다. 그래야만 권력을 오남용하지 않는다. 만약 정부가 반대로 해석하면 (정치권에서)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 아닌가. 참 이상한 사람들(注: 정치인)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