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북한 북부 지방에는 큰 눈이 내렸다. 2일 오전부터 내린 눈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져 주민들이 오가는 길목과 도로는 온통 눈길로 변했다. 눈이 내린 다음 한동안 포근한 날씨를 유지했지만 지난 4일 강한 바람이 불면서 맵짠 추위가 시작되었다.

북한 내부 통신에 따르면 "날씨가 추워지면서 화목을 찾는 주민들이 늘었다. 겨울철 화목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추위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화목 가격은 중국 돈 100위안으로 한 달 전 가격보다 30위안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11월 15일 현재 북한에서 유통되는 중국 돈 환율은 1260대 1로, 화목 1입방을 구매하려면 북한 돈 12만6000원을 내야 한다. 화목도 품종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목은 참나무와 이깔(솔 나무와 비슷함)나무다.

화목시장에서 중국 돈 100위안으로 팔리는 참나무는 화력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밥을 짓고 난 뒤에도 뜨거운 온기를 유지한다. 참나무 다음으로 꼽히는 이깔나무는 중국 돈 90위안으로 거래된다. 이 나무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양강도를 비롯한 추운 지방에서 자란다. 이깔나무는 송진이 많은 나무라 불 땜도 좋고 높은 열을 낸다.

반면 여름철 화목으로 적절한 분비나무는 중국 돈 70위안에 거래된다. 분비나무는 가구 재료로 많이 쓰인다. 바싹 마른 분비나무는 불쏘시개로 많이 쓰이며 순간 화력은 좋지만 금방 열기가 식어 겨울철 화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통신원은 "10월 초만 해도 쪽나무(둥근 통나무를 네 등분하여 나뉜 것) 1입방에 중국 돈 70~80위안이었는데 한 달 내에 갑자기 가격이 올랐다. 겨울철 화목은 가구당 적어도 4입방은 사야 하는 데 북한 돈으로 계산하면 50만 원 넘게 든다. 장사도 안되고 살기도 막막한데 추위까지 겹쳐 사람들이 아우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남한 정착 1년차 탈북민 신 씨는 "북한에 살 당시 겨울이 없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겨울을 나려면 비싼 화목을 사야 하는데 매일 소비하는 쌀 가격과 비슷하다. 화목 가격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주민들 사이에는 '부뚜막이 이밥 먹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야 화목 마련 부담을 덜었다. 지금도 겨울이 오면 추운 방에서 어깨도 펴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고향 사람들이 모습이 떠올라 먹먹한 감정에서 벗어 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