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새누리당이 黨論으로 정한 ‘내년 4월 대통령 퇴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조기퇴진 당론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韓 실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이 같이 말하며, 오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전 “(朴 대통령이) 중요한 결단을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朴 대통령이 그런 발표를 한다고 해서 탄핵열차를 멈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非朴系에 달려 있는데 이들은 대통령의 早期퇴진 표명이 있더라도 야당이 발의하는 탄핵소추안 표결에 동참하겠다고 미리 결정한 상태이다.

만약 대통령의 早期퇴진 발표를 무시하고 탄핵안이 표결에 붙여져 통과된다면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물론 헌법재판소에 가서도 불리해진다. 재판관들은 이미 대통령이 과오를 인정,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재판을 오래 끌 필요가 없다고 판단, 서둘러 재판을 진행, 파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좌파 세력은 탄핵안 국회 통과를 사실상 민중혁명의 성공으로 규정, 혁명적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조기퇴진 발표 후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어도 朴 대통령은 4월에 물러나야 한다. 야당과 시위대는 이왕 물러날 것이면 즉시 하라고 덤빌 것이다.

박 대통령의 失政엔 분노하지만 탄핵 사유는 못된다면서 하야 및 탄핵 반대 운동을 벌여왔던 우파 세력은 대통령이 早期퇴진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탄핵안이 통과되어버리면 더 이상 박 대통령을 편들 수 없게 된다(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어도 조기퇴진을 선언해버린 대통령을 끝까지 변호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파멸하게 된다.

朴 대통령이란 將帥는 지난 한 달여 싸움을 포기하고 후퇴만 거듭하였다. 청와대도 저항이나 반론을 중단하였다. 새누리당은 숨거나 도주, 또는 투항하였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라는 絶海孤島에서 고립되었다. 아무 벼슬도 없는 애국의병들만 애처롭게 싸우고 있다. 싸우지 않으려는 장수를 위하여 군인도 아닌 민간인들이 대신 싸워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애국세력이 그래도 朴 대통령을 변호한 것은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가 대표하는 대한민국과 憲政질서 수호를 위해서였다. 이런 입장마저도 대통령이 투항을 선언하여버리면 설 자리가 좁아진다.

지난 주 對국민담화는 '신의 한 수'가 아니었다. 물릴 수 없는 말인 '임기단축'을 꺼내고 그 결정을 국회에 맡기겠다고 선언하였으니 저항선이 무너진 것이다. 싸우려 하지 않는 장수는 하느님도 구제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