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이른바 '샘플실(의상실)' 동영상을 이미 작년 1월에 입수하고도 보도하지 않고 있었다. 이 '특종'은 송희영 주필의 '대우조선 비리'가 터진 이후 세상에 드러났다. 동영상을 처음 입수한 조선일보 이진동 부장은 지난 11월 14일자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1월쯤 이 ‘샘플실' 영상과 최순실이 짠 '문화융성 사업과 예산’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고 했다. 최순실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보했다고 하니 최순실의 비행을 적어도 작년 초 취재에 들어가기 이전에 포착을 했다는 의미다.

고영태는 국회 청문회에서 동영상 등 자료를 조선일보에 넘겼는데 보도가 되지 않아 이 부장에게 물어보니 "보도를 하게 되면 제(고영태)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그런 말을 하면서 ‘시기를 좀 기다려야 된다’고 말했다"는 증언을 했다. 조선일보가 과연 고영태의 신상을 걱정하여 이 '특종'을 보도하지 않고 있었을까?

이 부장은 '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보도가 늦어진 이유를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동영상을 확보하고도 이를 확인하는데 1년 반 이상이나 걸렸다는 것은 고영태에게 말한 '신상 걱정' 이유와 마찬가지로 너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조선일보 내부에서 숙덕공론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당시 주필이 바로 송희영이었다. 청와대는 그를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 지목하였고, 김진태 의원을 통해 '대우조선 비리'를 터트렸다. 물밑 싸움에서 한 쪽이 치고 나온 것이다.

그 때 마침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불거져 나왔다. 조선일보가 관련 자료를 갖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청와대와 흥정을 하고 있는 사이 다른 언론이 낌새를 채고 선수를 친 것이다. 이미 송 주필의 비리도 폭로되었고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어진 조선일보도 그제서야 '최순실 특종'을 내보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망하고 조선일보도 큰 상처를 입었다. 이득 본 세력은 좌익들이다. 때때로 곧 망할 것 같던 좌익들이 이런 우익의 부패와 자중지란을 토양삼아 되살아나고 번성하는 것이다. 이석기가 사면복권 되어 국회에 등장할 날이 오지 말란 법 없다. 역적으로 지탄받던 박지원이 지금 얼마나 당당한가! 피해는 고스란히 애국우파 국민들만 입게 되었다. 이 허망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