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 탄핵정국을 타고 다양한 내용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괴담(가짜뉴스)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 등 복수의 언론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떠도는 ‘(속보)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기각’,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들, 비정상적인 탄핵운동 지적’ 등 대통령 탄핵심판과 촛불집회 관련 가짜뉴스 게시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인터넷과 SNS 등에서 퍼지고 있는 대표적 괴담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모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되어 있는 김지하 시인 관련 괴문서

▲ 시인 김지하(金芝河) 씨는 최근 ‘촛불집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출처를 알 수 없는 글(제목: 언론인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로 곤욕을 치렀다.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金 씨의 이름으로 작성된 괴문서는 A4용지 2장 분량의 글로 조선, 중앙, 동아일보 사주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어 촛불집회 참여인원 및 행사비용, 좌파의 정체성, 언론의 대응 등을 문제 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괴문서의 내용과 관련하여 최근 <일요서울> 보도의 일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괴문서는 언론사 사주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이다. 이들 언론사가 촛불집회에 대해 편향적인 보도를 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북한의 김정은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글은 촛불집회 참여 인원과 각종 비용을 문제 삼고 있다.  

“자발적 촛불시위? 100만, 150만, 225만 촛불시위? 초값은 누가 내주고 시청 앞 무대 설치비는? 확성기 값은? 땅끝 해남에서 올라온 농민들 경운기 값은? 그 많은 버스 대절비는? 시위 알바비는? 자발적 참여자들이 더치패이 했다고?”

글 내용은 상당히 자세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존 촛불집회를 비판했던 일부 보수진영의 지적이 그대로 담겼다는 점이다. 촛불집회 참여인원수와 무대설치비 등에 대한 의혹은 보수진영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모든 것을 주도한 좌파 종북세력들은 노무현때 ‘바다이야기’에서 이미 어머어마한 자금을 확보해 놓았어요. 그건 너희도 다 아는 사실이잖아?”

(중략)...정체불명의 이 글에는 과거의 사건을 끄집어 내 현재의 사건과 연결을 시켰다. 지금의 좌파가 ‘옛날 배고프고 가난했던 해방 후 박헌영 때의 남로당 좌파가 아니야’라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지금의 좌파 세력을 ‘배부른 좌파’로 규정하며 이들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 글이 지금의 좌파 또는 진보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글로 볼 수밖에 없다.》

<일요서울>은 토지문화재단의 권오범 사무국장이 김지하 시인의 부인 김영주 이사장에게 직접 확인하는 방식의 인터뷰를 통해 “김지하 선생님이나 사모님이 이런 글 쓰신 적이 없다. 어디서 이게 나왔는지 알아보라고 하시더라”며 “문장, 문맥을 봐도 알겠지만 굉장히 어색한 부분이 많다. 어미 부분이 이상한 데가 많다. 아마 선생님의 이름을 빌려 다른 사람이 쓴 것 같다”고 보도했다.

결국 金 씨 측은 괴문서의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사이버수사대에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통일신문 홈페이지에 게재된 '세월호 관련 음모론'

▲ 위 글은 지난 7일 재미교포 배부전 씨가 운영하는 <미주통일신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세월호 침몰 전교조 기획설’이다.

익명으로 쓴 <단원고 전교조 가입 선생님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쓴이는 전교조가 “전교조를 말살하는 박근혜 정부를 멸살하기 위하여 기획된 사건”으로 세월호 침몰 음모론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글쓴이는 “청해진 해운사와도 선박의 승무원 및 선장 탈출도 밀약을 하였다. 진도 해경과도 구조 시점 구조에 대하여 밀약을 하였다”면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북한의 남조선 파괴처와 모종의 지령을 받았습니다. 북에서는 한척 배 모든 인원이 다 승선하라고 지령을 받았습니다. 현장체험학습 가는 당일 학생들이 승선 할 때에 전날 선사 직원 퇴근후 타고 선박에 화물을 과적했다는 알고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꼭 간다면 2대 선박에 나누어 승선해 가라는 지시도 거부했습니다.

우리 전교조 선생들은 서로를 감시하는 눈빛이었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사고만 그래도 나지 않기를 기원했습니다. 학생들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몇몇 전교조 선생들은 당황하는기색이 였보였습니다. 사고가 북의 잠수정에서 발사한 어뢰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무서워서 오금 저려... 전교조 선생들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중략) 전교조 모 선배가 회생의 제물이 없이는 성공할수 없다는 말로 채찍질하였읍니다.》

위 글은 최근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박사모’ 카페에도 게재됐다.

지난 10일 박사모 카페에 게재된 '세월호 침몰 전교조 기획설' 글과 관련하여 박사모 카페 회원들은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실체부터 밝히는 게 마땅하다” 등 음모론을 신뢰하는 회원들이 있는가하면 “사실확인 부탁드립니다”, “글 내려주시길 바래요” 등 사실관계를 거론하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의 박근혜 탄핵 반대 관련 '가짜 뉴스'

▲ 지난 달 19일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다는 글이 카카오톡을 돌아다녔다. 미국의 뉴스 채널 의 기사로 포장된 메시지는 영문과 국문을 문단마다 번갈아 배치해 놓아 흡사 기사를 번역해놓은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부제에는 ‘만약 탄핵이 된다면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 경제 악영향 예고’, ‘한국 대통령의 탄핵 문제는 다시 검토해야’라고 되어 있었다. 해당 기사에서 트럼프를 인터뷰한 인물은 “시카고대 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며, 오바마 정부의 재무부에서 근무했던 칸예 웨스트”라 소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칸예(카녜이) 웨스트는 미국의 래퍼이다.

기사에서 언급된 ‘웨스트 연구원’의 저서 ‘대학교 중퇴-늦깍이 접수-졸업’, ‘나의 아름답고 어둡고 뒤틀린 환상’, ‘파블로의 삶’은 “여러 번 베스트셀러에 오른 미래예측과 경제분석 책”이 아니라 그가 낸 앨범 제목이다.

기사의 출처로 표기된 웹주소로 들어가면 모 보수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이어진다. 문제의 글은 이미 삭제됐지만 복사된 글이 누군가의 블로그와 카페 게시판에 남아 카카오톡을 타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다.

도올 김용옥이 탄핵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SNS에 떠돌고 있는 글. 필명은 삭제했다.

▲ 최근 “대통령 하야 주장 세력에 선동당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지킵시다”라는 제목의 글의 경우 도올 김용옥 씨가 썼다면서 카카오톡 등 SNS 상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돌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글을 자세히 보면 글을 쓴 사람이 ‘도올 김용옥’이 아니라 ‘도울 김용욱’으로 되어 있다.

도올 김용옥의 책을 펴내 온 통나무 출판사 측은 최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도올 선생님이 광화문 촛불집회 연단에서 시국 비판 연설도 했는데 그런 글을 썼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명한 사기인데 글이 조직적으로 유포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올 김용옥은 지난해 11월 <월간중앙> 기고문을 통해 “박근혜는 이미 우리의 지도자가 아니다. 박근혜에게는 이미 대통령의 명(命)이 떠났다. 천명이 이미 그를 버린 것이다. <주역>의 ‘단전’은 이와 같이 장엄한 메시지로써 혁괘에 대한 해설을 종결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가짜 뉴스'에 속아 파키스탄-이스라엘 전쟁할 뻔

지난달 23일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라는 웹사이트에서 ‘파키스탄이 시리아에 지상 병력을 파견할 경우, 이스라엘이 파키스탄을 핵 공격으로 파괴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김 ‘가짜 뉴스’를 발견했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 아시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파키스탄 역시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잊은 것 같다”며 핵 위협 메시지를 써 전쟁을 촉발할 뻔했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페이크 뉴스(Fake News,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1일자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비판을 받자 독립적인 제3의 외부전문기관과 협력해 본격적인 뉴스 검증에 나섰다고 한다.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에서 가짜 뉴스를 발견하는 즉시 손쉽게 신고할 수 있게 됐고, 페이스북 측은 이를 검증해 가짜 뉴스로 판단되면 상위 게시물로 노출하지 않는다. 또 가짜 뉴스를 이용자가 공유하려고 하면 공유하기 전에 해당 뉴스는 신뢰할 수 없는 뉴스라는 경고도 뜨게 됐다. 가짜 뉴스로 여겨지는 게시물에는 ‘방해되는 이야기’란 표식도 붙는다.

가짜뉴스를 검증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관계자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기사의 URL(웹주소)을 확인해 합법적인 뉴스 기관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ABC뉴스의 홈페이지 주소인 ‘abcnews.com’이 가짜 홈페이지 주소인 ‘abcnews.com.co’로 둔갑돼 있다는 것이다.

또 홈페이지에 있는 ‘우리 회사에 대하여(About us)’란 부분을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대부분 사이트에는 자사에 대한 설명이 있으므로 이 부분을 확인해 보란 뜻이다. 이 외에도 기사에 정확한 출처가 인용돼 있는가, 특정 발언을 한 인사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가를 구글 검색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소셜 미디어에 게재된 뉴스의 제목과 이미지에 속지 말 것도 당부했다. 페이스북 등에서는 게시물을 읽기 전 제목과 이미지만 노출되는데, 이때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경우도 많고, 사실을 와전시킨 제목이 사용되기도 하므로 내용을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정리/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