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在鎔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特檢의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됐다. 李 부회장의 혐의는 삼성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朴槿惠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그 대가로 최순실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법원은 구속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영장을 기각했다. 다시 말하면 李 부회장이 뇌물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明快하게 설명한 것이 朝鮮日報 1월19일자 31면 오피니언欄에 실린 趙亨來 조선일보 산업2부장의 경제포커스 글이다.
趙 부장은 2015년 7월17일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합병에서 국민연금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집단이 소액주주들로서, 삼성물산의 경우, 당시 10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국민연금 보유 지분(11.2%)의 2배가 넘는 지분(29.4%)을 갖고 있었으며, 이들은 전체의 75.3%가 합병 주주총회에 참석해 그 중 82.1%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했다.
趙 부장은 소액주주들의 결정은 삼성물산 합병을 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설사 特檢의 주장대로 청와대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하더라도, 또 21개 기관 투자자들은 삼성의 보복이 두려워 합병에 찬성했다고 하더라도, 소액주주들만큼은 합병에 따른 회사의 미래 가치를 냉정하게 따져보고 결정을 내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고 했다. 당시 삼성물산 전(全) 직원이 동원돼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녔다고 하지만 10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을 다 만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도 시장 컨센서스와 동떨어진 결정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趙 부장의 설명이다.
趙 부장은 합병 이후 통합 삼성물산의 사업 흐름을 보면 소액주주들의 결정이 최상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차선책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일각에서는 합병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하락해 국민연금이 3천억 원대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합병을 안 했더라면 삼성물산 주가는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趙 부장은 2014년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실패하면서 두 회사의 주가가 각각 반 토막, 3분의1 토막이 났듯이 삼성물산 주가도 폭탄을 맞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실제로 합병 후 6개월도 안 돼 옛 삼성물산의 주력 사업인 건설 · 상사 부문에서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부실로 3년치 영업이익에 달하는 2조6천억 원을 손실 처리했고, 그 여파로 작년 내내 1천여 명의 해고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李在鎔 부회장 스스로도 공사석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삼성이 할 사업이 아니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고도 했다.
또 하나, 삼성물산과 통합한 옛 에버랜드 쪽 사업은 대박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趙 부장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자(子)회사인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를 들었다. 바이오로직스는 작년 11월 증시(證市) 상장(上場)으로 단숨에 시가총액 30위권에 오른 데 이어 올해 말이면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복제약 생산 공장이 된다고 했다.
趙 부장은 결론적으로 만약 삼성물산 합병이 성사되지 않았더라면 외국인 주주를 규합해 합병에 반대했던 헤지펀드 엘리엇은 과거 아르헨티나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로 몰고 간 뒤 거액을 챙겼듯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 대규모 현금배당을 하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게 되면 매출 2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는 사실상 외국인 주주들 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런 상황에서 소액주주든 정부 관계자든 대통령이든 어떻게든 삼성물산 합병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