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박사인 한영수(사진) 씨는 지난 1일 자유기업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주자학은 반기업적인가?>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조선의 주자학은 반기업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분명히 그렇다’라고 논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중국에서 시작된 주자학이 조선에 도입된 이유에 대해 ▲기후여건상 노동생산성이 낮은 대규모 농업인구를 경작지에 강제로 속박시키고 농민의 이동성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대규모의 상품거래와 대규모 인력의 이동을 필요로 하는 상공업을 천시하고 억압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이유로 한 박사는 미국의 제임스 스코트가 언급한 ‘도덕경제(Moral Economy)’ 이론을 들었다.

농촌사회는 천재지변에 의해 농업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극심한 생존의 위협에 노출되어, 특유의 도덕에 행동규범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상호의존성, 노동공유, 공동체의식과 자선, 전통과 협력, 집단행동 등이다.

한 박사는 조선시대의 성리학이 “국가를 통치하기 위한 군자들의 생활규범인 대학과 백성을 규율하는 소학을 보급하여 도덕적 공동체를 형성하여 농업생산 기반을 안정화하는 장치”의 역할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선의 주자학 체제에서는 공업과 상업과 같은 경제활동은 농본사회와 안정성에 위협이 되었고, 조선의 지배세력은 농사인력이 군역에 차출되는 것 또한 최대한 억제하였다”며 “조선은 나라 크기에 비하여 적정한 규모의 상비군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박사는 “근대자본주의는 부국강병을 추구하여야 하지만 조선의 주자학 질서 체제는 그 문헌적 배경과 지정학적 요인 모두 반자본주의적 질서체제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서양의 기독교가 자본주의의 발달에 기여한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인용, “자본주의의 발전은 칼뱅주의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칼뱅주의는 속세에서 부지런하고 근면하게 일하여 부를 축적한 사람이 구원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고 본다”며 “베버는 이러한 칼뱅주의가 자본주의 정신과 강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