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를 유발한 중심인물로 구속 수감된 최순실(최서원) 씨가 유엔(UN)에 인권침해를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1일 “검찰과 법원의 피고인 인권 침해 수준이 도를 넘었다”며 “(최 씨가) 4개월째 변호인 외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최 씨 측은 법원의 접견금지 결정에 대한 항고를 계속했지만 매번 기각됐다.

검찰은 작년 10월 최 씨를 구속한 이후 네 차례 ‘非변호인과의 접견·交通(교통) 금지’ 신청을 했고 법원이 받아들여 변호인 접견 외 다른 사람과는 면회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형사소송법 91조에 따르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로 변호인 아닌 사람과의 만남을 금지할 수 있다. 옷과 음식, 약 등은 반입할 수 있으나 책이나 서신 교환은 금지된다.

재판부는 최 씨가 수사단계에서부터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고, 향후 재판에서 말맞추기나 증거인멸 등을 할 우려가 있어 접견 금지 결정을 했다고 밝혀왔다.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사건의 실체 파악의 필요성, 증거 인멸의 개연성 등을 종합하면 최 씨의 접견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최 씨는 2월20일 열린 재판에서 “우울증이 있는데 외부에서 책도 전혀 못 받고 정말 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 (접견금지를 풀어) 달라”고 호소했었다. 이 변호사 역시 “독방에 갇힌 상태에서 정신적 생존을 위한 책조차 반입을 금지시킨 건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주장이다.

이경재 변호사는 2월28일 제출한 ‘非변호인과의 접견·交通 금지’ 항고 의견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유엔인권이사회에 권리 구제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유엔인권이사회 청원은 개인의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 구제해주는 제도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청원 신청을 받아들이면 조사가 진행되고, 인권침해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국가에 인권침해 방지를 권고할 수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李知映(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