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한국경제신문(한경) 주필은 “헌재가 국회 자치라는 명분 아래 입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포기해 버린다면 더는 3권 분립이 존재하기 어렵다”며 “국회를 법에 따라 일하도록 만드는 것은 헌재의 역할이다. 기본을 잊지 마시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 주필은 7일 한경에 게재한 칼럼(제목: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봉사한다면...)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장은 “탄핵소추장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선언문이기 때문에 공문서가 요구하는 법률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문학작품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정 주필은 “(탄핵소추장) 문장의 미적 혹은 법률적 완결성 여부가 본질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탄핵절차는 과연 적법하였는가 하는 원초적 질문이 남아 있다”면서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탄핵소추가 팩트에 기초하였는지 △소추장이 국회의원들에게 사전에 배부되었는지 △소추내용이 피소추인(박근혜 대통령)에게 고지되었는지 △의원들이 법률적 쟁점들을 명확하게 인지하였는지 △토론 과정을 거쳤는지 등 허다한 문제들은 재판 초기부터 쟁점이었다. 13개 탄핵사유가 개별적으로 투표되지 않고 1개의 안건으로 일괄 투표되었다는 문제는 더 심각한 흠결이다.

헌법재판소는 13개 탄핵사유 중 한 개라도 인용되면 이를 이유로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다. 그런데 국회표결은 13개 사유를 묶어서 한 개의 분리 불가능한 안건으로 표결했다. 실제 13건의 사유를 개별 안건으로 투표하였다면 논란이 많았던 세월호건을 포함해 여러 개의 탄핵 사유가 3분의 2의 필요 정족수에 미치지 못했을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 주필은 이어 국회선진화법을 언급하며 “헌법개정이 아닌 하위 법률인 국회법을 고치는 방법으로 헌법이 정한 중(重)다수결 중에서도 무거운 재적 5분의 3결을 요구하는 정족수의 변경을 만들어 냈다”면서 “당시 헌재는 ‘국회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그만이라는 논리로 국회가 제멋대로 창설한 5분의 3 중다수결을 합헌으로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헌법의 다수결 제도가 국회법에 의해 ‘사실상 합의제’ 혹은 ‘소수결’로 전환되는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또 5분의 3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비토권력은 무소불위로 강화되는 부작용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정 주필은 대통령 탄핵문제와 관련하여 “헌재는 이번에도 국회의 자기결정에 관한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면서 “이는 헌재의 권한을 포기하는 곳이고, 곧바로 국회의 시녀로 되고 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