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舞鶴)시 오바세(小橋)항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목선의 모습이다. 길이 12m, 폭 3.1m 배 안팎에선 백골 상태 시신 9구가 발견됐다. 일본 전문가들은 북한 어민들이 무리하게 고기잡이를 하다가 표류돼 일본 서부 해안으로 떠밀려 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즈루시
일본 정부 당국자는 시신으로 발견된 북한 주민 숫자는 외교 문제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동해에서 침몰하거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배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남한 정착 탈북민들은 북한지역에서 개인 목선으로 고기잡이하는 어부들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파도와 풍랑으로 돌아오지 못한 배들이 많다고 증언했다.
청진 출신 탈북민 최 씨는 "북한 바다는 형식상 정부의 소유지만 실제는 개인 소유나 마찬가지다. 동서에 위치한 수산업 고깃배들은 연료 부족으로 거의 가동이 정지된 상황이다. 바다 사람들은 20년도 넘게 부둣가에 묶여 있는 대형 고깃배를 가리켜 움직이지 않은 작은 섬이라 부른다. 실제로 바다에 고기떼가 나타나도 가동할 수 있는 배는 전체 배의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기관 고장이 잦아 먼 바다까지 출항했다가 다른 배에 끌려 들어오는 현상이 다반사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개인 배가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종전에 수산사업소가 보유했던 고깃배들은 연료, 부속 고갈로 가동이 어렵다. 바다에 의지해 살던 어부들은 국경 주민들을 통해 배에 설치할 중국산 발동기를 사들였다. 그리고 목수를 통해 적당한 규격의 나무배를 제작한다. 이렇게 완성된 고깃배를 바다에 띄우려면 수산사업소와 해당 보안서(경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기준으로 고깃배를 수산사업소에 등록하는데 드는 비용은 미국 돈 100달러다. 2017년 현재 비용은 미국 돈 300달러다. 또한 관할 수산사업소에 연중 1t의 오징어를 바쳐야 한다. 배 한 척 마련에 드는 비용은 (소형어선) 중국 돈 1만5000 위안 정도다. 북한 돈으로 계산하면 2000만 원, 한국 돈으로 270만 원 정도다.
북한의 오징어잡이철은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다. 이 기간 오징어가 잘 잡히면 한 해에 배 한 척 값을 벌 수 있다. 이 시기는 당 간부들과 보위부 보안원들이 추석에 쓸 고기를 받아가려고 개인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시기다.
배 한 척에는 보통 5~6명의 어부가 탄다. 먼 바다로 나가는 고깃배의 평균 적재량은 800~1000kg이다. 운수가 좋은 날은 오전 중에 잡은 고기가 배 선창을 가득 채울 때도 있다.물고기가 잘 잡히는 시기에는 수산사업소 큰 고깃배가 가까운 바다에 마중을 나가 개인어부들이 잡은 고기를 바다 한가운데서 넘겨받는다.
개인 배들은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부두에 들어오지 않고 가까운 바다에서 밤을 보낸다. 날이 밝으면 바다 여기저기에 널려있던 개인 배들의 자기 위치로 항로를 바꾼다. 배꾼들 사이에도 자기 관할 구역을 정하고 고기를 잡는다. 만약 고기를 넘겨주지 못해 뭍으로 나가는 경우 다른 배들은 빈 구역에 그물을 치지 않는다. 어부 사이에 지켜야 할 의리 표현이다.
최 씨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소금기가 밴 고무 옷을 입고 오징어잡이에 나선 개인 배들의 동음 소리가 쟁쟁히 들린다. 묵직한 그물을 당길 때마다 느끼는 만선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비록 잡은 고기 일부를 국가에 바쳐야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정권의 단속이 없는 넓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자유만으로도 만족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탈북민 신포 출신 박 씨는 "북한 어부들은 사자밥(북한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다니는 사람을 일컷는 말)을 등에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예측할 수 없는 바다 날씨는 작은 어선에 큰 위협을 주고 있다."면서 "가까운 바다에 고기가 없어 먼바다로 조금씩 나가다 보면 어느새 뭍에서 멀리 와 버린다. 날씨가 좋으면 괜찮지만, 갑자기 내리는 폭우로 파도 높이가 높아지는 날이면 언제 배가 뒤집힐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탈북 전 고등어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배 주변에는 10대 남짓한 개인 목선이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파도에 어부들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한 시간 넘게 지속한 파도가 서서히 물러가 주위를 보니 4척의 어선이 뒤집어졌고 어부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박 씨는 "북한 해군 경비정도 기름 사정으로 가까운 지역만 가끔 순찰한다. 먼바다 해상에서 해군 경비정을 만나는 일은 거의 드물다. 남은 어부들은 사라진 어부들의 이름을 부르며 주변을 헤맸지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면서 "한 번씩 이런 상황을 목격하면 다시는 바다에 나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온 가족의 생계 때문에 할 수 없이 위험이 도사리는 바다로 나간다."고 부연했다.
그는 "일본 항에서 발견된 북한 어부들이 시신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유해 이송에 드는 비용문제로 북한 정권이 시신을 찾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바다에 나왔다가 목숨을 잃은 북한 어부들이 죽어서도 고향에 갈 수 없는 기막힌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만 돈을 퍼붓는 김정은 정권 때문에 지금 이 시각에도 북한 어부들은 작은 어선에 목숨을 맡긴 채 기약 없는 고기잡이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