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우리 정부의 남북군사당국 회담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 회담이 무산됐다.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지만 북한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일본 언론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집권이 절호의 기회’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대북 군사·적십사 회담 개최 제의와 관련된 답변을 거부했다.

19일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7~8일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전 세계 재외공관에 발송한 긴급지령문에서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것이 우리(북한)에겐 절호의 기회다. 호전 세력이 떠들기 전에 통일과업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김정은의 지령문에 대해 “남북 대화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미국 측 정책의 차이를 파고드는 김 위원장의 자세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김정은이 지령문을 통해 “미국과 북한 간의 평화협정 체결을 실현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미국에 심리적 압박을 계속 가해 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 포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도록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압박 카드로 내세워 ‘미국과 담판을 지으라’는 내용도 지령문에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외교부가 ‘대북 군사·적십사 회담 개최 제의에 앞서 미국에 설명했고 미국도 충분한 이해를 한 상태였다’고 밝힌 것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그 문제에 관해서는 어떠한 외교적 대화도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하며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훌륭하게 미국을 방문했으며 이 과정에서 틸러슨 국무장관도 한국 측 상대방과 만남을 가졌다. 한국은 미국의 훌륭한 동반자이지만, (남북대화) 제안 측면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덧붙였다.

노어트 대변인은 대북 문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집중하고 있는 남북 관계대신 비핵화 이슈를 부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고, 양측 모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매우 걱정하고 있다. 우리는 완전하며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리/ 李知映(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