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4일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와 非전문가들의 참여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7월25일字)는 원로 헌법학자인 許營(허영) 경희대 석좌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許營 교수는 공론화위와 시민배심원단을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代議(대의)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許 교수는 “공론화위라는 게 헌법상 기구도 아니고, 전체 국민이 이 기구에 국가 백년대계인 원전 중단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위임한 일이 없다”면서 “헌법적 근거가 없는 공론화위가 이런 중대 결정을 하는 것은 소위 맨데이트(mandate·권한 위임)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 代議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도 “국회의원을 국민 대표라고 하는 건 국민이 직접 선출하기 때문이지만 시민배심원단은 무작위 추출 방식이기 때문에 국민 대표로서 자격이 있느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설령 무작위 추출이 아니라 추천에 의해 정부가 선임을 한다고 해도 (親정부) 편향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살인사건 같은 것들은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누구나 배심원을 할 수 있지만 原電 문제는 다르다”며 “치밀한 과학적·경제적 논의와 계산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런 것은 사라지고 정치적으로 ‘된다’ ‘안 된다’는 싸움만 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도 “배심원단이 얼마만큼 정확히 상황을 판단할지 알 수 없고, 그런 일반 사람들의 얘기만 들어서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고 했다. 윤여준 前 환경부 장관은 “원자력 전문가의 말만 들으라는 건 아니다”라며 “그러나 高度(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광장의 촛불에 의존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신문은, 독일의 경우 공론화 방식으로 脫원전 정책을 결정할 때 20년이 걸렸는데, 우리 정부가 이를 3개월 만에 결론 내겠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했다. 배심원단이 한두 달 공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24일 발표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는 原電 등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지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때 대법관을 지낸 인물이며, 위원장을 제외한 8명의 위원들은 30~40대가 主를 이뤘다고 한다. 이들은 原電과는 상관없는 행정, 교육, 물리, 통계 등의 전공자들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 위원은 임명 발표 직후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저도 왜 선정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