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동결에 대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전격 해임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백악관의 새라 샌더스 대변인은 18일 성명을 통해 배넌 수석전략가의 해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이날 배넌의 거취에 대해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White House Chief of Staff John Kelly and Steve Bannon have mutually agreed today would be Steve's last day.)

백악관 측은 배넌의 해임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은 최근 배넌의 북한 관련 발언이 그 사유 중 하나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18일 배넌의 해임 소식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배넌의 북한 관련 발언이 자신의 입장과 완전히 모순되자 크게 역정을 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등에 대해 ‘화염과 분노’로 북한을 응징할 수 있다며 미국은 군사적 대응 준비가 완료됐다고 경고했지만 배넌은 최근 인터뷰에서 북핵에 대한 “군사적 해법은 없다”며 아예 잊어버리라고 단정했습니다.

배넌은 또 중국과 협의해 북한이 핵동결에 나서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고 북핵 문제를 다루는 국무부 관리인 수전 손튼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행을 경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북 군사해법은 없다'는 배넌의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미국 대통령과 고위 안보 관리들이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이상한 신호를 보내는 인사가 백악관에 있다는 것은 미국 국가안보팀의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게 깅리치 전 의장의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배넌의 해임 사유 중 하나가 그의 북한 관련 발언이라면 군사 해법이 없다는 발언보다는 북핵 동결과 주한미군 철수 관련 발언이 더 큰 문제가 됐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의 말입니다.

고스 국장:북한의 핵동결을 대가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는 구상은 단순히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는 차원을 크게 넘어선 수준으로 미국의 근본적인 대아시아 정책과 전략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현재 백악관을 제외한 국무부와 국방부 등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 때와 유사하다며 이번 배넌의 해임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은 앞으로 더 ‘전통적’인 성향을 띨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또 배넌의 해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대응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은 아니라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법이 없다는 배넌의 발언은 “전적으로 옳은 것(absolutely correct)”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미국 국무부 정례기자설명회에서는 배넌의 해임으로 손튼 차관보 대행이 정식 차관보로 승진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의중을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