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전 일본에 투하한 원폭을 운반한 뒤 일본 잠수함이 쏜 어뢰를 맞아 침몰하였던 미국의 중순양함 인디아나폴리스 호의 선체가 필리핀 근해 수심 4400m 해저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인 폴 알렌이 후원한 탐사팀은 6000m까지 들어갈 수 있는 심해(深海) 잠수정을 이용, 이 비극적인 운명의 군함을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폴 알렌 팀은 2년 전에는 격침된 일본 세계최대의 전함 무사시 호의 선체도 발견하였다.

약1만 t급 중순양함으로서 제5함대의 기함으로 사용된 적도 있는 인디아나폴리스호는 1945년 7월 극비임무를 맡는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할 우라늄 원자폭탄의 부품(농축 우라늄 등)운반이었다. 인디아나폴리스는 7월16일 샌프란시스코 항에서 원폭 부품들을 싣고 평균 29노트의 속도로 하와이로 향하였다. 19일에 도착, 선체를 정비하고는 다시 사이판 옆의 티니안 섬을 향하여 단독 항해를 시작하였다. 티이안 섬에는 일본을 폭격하는 B-29의 공군 부대가 있었다. 7월26일 인디아나폴리스호는 티니안 섬에 도착, 원폭 부품을 전달한 뒤 괌으로 갔다가 28일 필리핀의 레이테 해군 기지를 향하여 출항하였다.

7월30일 0시14분, 인디아나폴리스 호는 단독 항해중 일본 잠수함 I-56호가 쏜 두 발의 어뢰를 우현(右舷)에 맞고 12 분 만에 침몰하였다. 1196명이 타고 있었는데 바다로 뛰어내린 해군은 약880명이었다. 배가 워낙 빨리 전복, 침몰, 300여 명은 빠져나오지 못하였다.

통신병도 제대로 구조신호를 보내지 못하였다. 한 번 보낸 신호를 접수한 주변의 함정은 세 척이었는데, 모두 무시되었다. 바다로 뛰어내린 해군 장병들 중 구조된 사람은 317명이었다.

미 해군은 인디아니폴리스 호가 나흘 간 소식이 없는데도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정례적인 수색 비행을 하던 해군 구조대가 표류하는 수병들을 발견, 수상비행기를 현장에 착륙시키고 주변의 미군 함정에 비상을 걸었다. 표류하던 군인들 중 상당수가 상어의 공격을 받고 죽었다. 인간에 대한 최대 규모의 상어 공격으로 기록된다. 1970년대에 나온 ‘조스’라는 영화의 주인공(로버트 쇼)은 구조된 인디아나폴리스 호 승무원 출신으로 되어 있다.

인디아나폴리스 호의 함장은 구조되어 군법회의의 회부되었다. 과실이 인정되었다. 잠수함을 회피하기 위한 지그재그 항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니미츠 해군 사령관은 처벌을 면제하였다. 2000년 10월 미국 의회는 함장의 잘못이 없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태평양 전쟁에서 미군 함정 수백 척이 침몰하였지만 함장이 군법회의에 넘어간 경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인디아나폴리스 침몰은, 미국 해군 역사상 최대의 인명 피해를 낸 피격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미군은 수송기 편으로 온 원폭 부품과 인디아나폴리스가 운반한 부품을 결합, 원자폭탄을 완성, 모의시험을 한 뒤 8월6일 히로시마에 투하하였다. 상공 600m에서 터졌다. 10만 명이 죽었다.

참고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우라늄 원폭은 무게가 4.4t, 우라늄은 64kg, 그 가운데 0.9kg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폭발하였다. 에너지로 전환되어 없어진 우라늄 양은 0.6g에 불과하였다.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²이 원폭의 원리인데 여기서 M은 질량이다. 소량의 질량이라도 에너지로 전환되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는 것은 빛의 속도(C)의 제곱이 곱해지기 때문이다.

인디아나폴리스를 격침한 일본 잠수함 I-58호는 회천(回天:카이텐)이란 이름이 붙은 자살공격용 어뢰도 싣고 있었지만 이를 쓰지는 않았다. 회천은 어뢰를 사람이 조종하여 목표 선박에 충돌시키는 일종의 해군 가미가제였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중 이 106명의 인간어뢰를 사용, 자살 공격을 하였지만 큰 피해를 주지 못하였다. 미군의 피해는 수척의 침몰에 187명의 전사(戰死)였다.

인디아나폴리스호 격침사건을 다룬 영화가 작년에 개봉되었다. ‘용감한 사나이’라는 제목인데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이었다. 4000만 달러를 투자한 대작이었지만 관중들의 외면을 받아 120만 달러의 흥행수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