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에 유엔과 미국 등의 제재 목록에 오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이 포함된 데 대해 이들에 대한 제재의 예외 적용을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의 앤서니 루지에로(Anthony Ruggiero) 선임연구원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에 앞장선 두 인물의 방한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과 최 부위원장은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 통제 등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제재 목록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월 당시 선전선동부에 소속된 김여정을 독자적인 인권제재 목록에 올렸습니다. 억압적인 정보 통제로 북한 주민을 세뇌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6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대북제재 결의 2356호에서 당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던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앞장서 제재 완화에 나설 경우 한미 간 정책상 이견이나 긴장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 대표단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외교적 접촉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돕는 중국 기관 등에 대한 대북 경제 제재 강화와 인권 압박 등을 강조한 것으로 미뤄 외교적 돌파구가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김여정 제1부부장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인한 남북 관계 증진에 지나친 기대감을 갖고 올림픽으로 연기된 한미군사훈련의 추가 유예나 중단을 요구할 경우 미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경기대회 폐막식에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고위급 인사의 참석으로 6자회담 등 북핵 협상의 진전을 기대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이들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제재 예외 조항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한국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김 제1부부장을 통해 북한의 정책 결정권자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입니다. 김 제1부부장을 대표단에 포함시킨 것은 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주장입니다. 유엔의 제재 예외 조항을 적용함으로써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지적과 관련해 고스 국장은 북한의 핵 문제 해결에는 제재와 동시에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7일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AP통신 초대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Jean Lee)연구원은 김 제1부부장을 통해 북한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건국 70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