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 미북회담의 뒷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6월14일 북한은 자신들이 찍은 미북정상회담 장면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광철 인민무력부장(우리나라 국방부장관에 해당)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장면이 찍힌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일대일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직전,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열한 북한장성들과 트럼프 대통령이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때 노광철은 거수경례를 하는데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던 트럼프는 거수경례를 하는 노광철을 보고 자세를 고쳐 자신도 거수경계를 하기 위해 손을 올린다. 그런데 동시에 노광철은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에 엇박자가 생겨버렸다. 이 장면을 연결해서 보면 모르겠으나 그 순간을 포착한 스틸사진에서는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적국(敵國)인 북한 장성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북한 장성이 경례를 받는 모습이 돼버렸다.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적국인 북한의 군을 대표하는 인사에게 거수경례를 한 것처럼 찍힌 장면을 보고, 미국 언론들은 하루 종일 트럼프 대통령을 난타했다. 뉴욕타임스는 관련 기사를 보도하면서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서 북한군의 장교들은 340명의 시민들을 사살했는데, 그 방법이 너무 야만적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 북한군 장교 중 한 명에 대해 경례(salute)했다. 이것이 화제가 되고 있고 비판이 많이 따르고 있다. 어떻게 군사 독재정권의 장교에게 미합중국 대통령이 존경을 표시하는 거수경례를 할 수 있는가”라며 비판했다.

거수경례와 관련해 과거 대통령들도 실수한 사례들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커피 잔을 한손에 들고 거수경례를 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거수경례의 자세가 바르지 못해 지적받은 바 있으며, 조지 부시 대통령은 한 손으로 개를 만지면서 거수경례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이번 해프닝은 과거 대통령들의 비교적 가볍게 넘어간 실수와는 다르게 평가되는 듯하다. 김정은이 웃어보며 지켜보는 가운데, 그 학살집단의 적군 대표에게 어떻게 거수경례를 할 수 있었느냐는 내용으로 난타당하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다른 정부의 장교가 거수경례를 할 때는 똑같은 방식으로 경례를 하는 것이 보통의 관례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군 출신 인사들이 이 설명에 대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상대방이 적군의 대표인데, 거수경례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비록 상대방이 거수경례를 하더라도, 대통령이 거수경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전역한 장교들도 많이 비판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나라 소장(少將) 정도라 할 수 있는 Major General 이튼 장군은 “적군에 대해 군통수권자가 거수경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더구나 이 정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잔악행위를 주민들에게 가한 자이다. 이것은 절대로 잘못된 것이다”라고 했다.

이런 비판이 이어지면서, 트럼프의 과거 행적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가 레이건 대통령처럼 국가적 권위를 지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자라면 상황적 실수 정도로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989년 중국의 천안문 사태 때 많은 중국인들을 학살한 등소평 정권에 대해 칭찬한 전력이 있다. 또 푸틴에 대해 유달리 우호적이다. 더구나, 김정은을 만나서는 한때는 리틀 로켓맨이라 칭하며 경멸하던 김정은에 대해 온갖 립서비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다. ‘아주 재주가 많은 사람, 북한주민을 사랑하는 사람, 아주 개방적인 사람, 신뢰할 만한 사람, 특별한 인간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등. 그의 일련의 행적과 이번 일을 연관시켜보면, 작은 해프닝일 수도 있으나 트럼프에 관한 많은 것을 유추하게 된다. 아마 레이건 대통령처럼 국가적 권위를 지키는 데 있어 이견(異見)이 없이 확실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시끄럽진 않았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으로 조심해야 할 문제다. 어떤 자리에서든 북한 군복을 입은 사람에게 거수경례를 해서는 안 되겠다. 거수경례는 악수와는 차원이 다른 의미가 포함돼 있다. 필자는 군부대에서 강의를 할 때가 있는데, 장교가 장병들을 모아놓고 거수경례를 한다. 그런데 병장 출신인 필자가 장교로부터 거수경례를 받는 것이 불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목례를 하거나 악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사단장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 질문한 적이 있는데, 역시나 민간인 신분이니 거수경례 보다는 악수나 고개를 숙이는 것이 적당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이번 해프닝도 작은 일 같지만, 사실은 김정은에게 굴욕적으로 당했다는 여론이 크다보니 화제가 크게 되는 듯하다.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6·12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도 이미 와 있으니 정상회담을 하루 당겨서 6월11일 회담을 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폼페이오나 샌더스와 같은 측근들은 ‘TV중계 시간에 맞춰 회담시간을 잡았는데 일정을 변경하면 미국시간과 맞지 않아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며 트럼프를 말리느라 고생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트럼프가 이런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도 얼마나 즉흥적이며 준비가 안 되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회담 당시 농수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맨이 싱가포르에 왔었다. 로드맨이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을 본 트럼프는, 기분이 좋아져서 백악관 대변인에게 ‘로드맨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얼마나 언론에 민감한지 알 수 있다. 또한 북한TV에 나오는 아나운서가 김정은에 대해 극찬을 보내는 모습이 부러웠던지 트럼프는 ‘나에게 가장 우호적인 폭스뉴스보다도 낫다’며 ‘저 사람 어디 취직시킬 데 없느냐’며 농담을 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트럼프는 또한 북한을 진정으로 ‘재개발 지역’ 정도로 생각해서 북한 해변에 콘도미니엄을 짓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자신이 아는 부동산 개발업자를 북한에 소개시켜주려는 생각도 있다고 한다. 김정은과 만났을 때 4분 정도의 홍보영상을 틀었는데, 북한의 아름다운 해변에 호텔을 지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내용이 나온다. 트럼프는 과거의 버릇대로 안보문제,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인류와 국가의 공멸과 관련되는 핵문제까지도 돈으로 해결해보려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