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개한 67페이지의 기무사 문건은 ‘대비계획 세부자료’이다. 현재 공중파 방송 등은 이 문건이 ‘실행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행정부처 또는 공공기관이 내부적으로 작성하는 문서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한심하다. 내부 검토용 문서와 시행문도 구별을 못하는 건가? ‘계엄령을 대비하는 계획’은 뭔가? 당연히 계엄령이 실행될 때를 대비하는 것이므로, 실행되었을 때 이루어져야 할 수많은 복잡한 사안들을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것이고, 그 내용이 모두 문서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시행 단계마다, 세부항목마다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가정하여 법리적 검토, 행정적 검토, 정치적 검토가 있어야 하며, 작성자의 검토 의견이 문서에 반영될 것이다. 당연히 계엄령 실행시 선언문, 포고문, 협조문 등 각 기관에게 보내야 할 문서의 양식도 샘플로 작성되어 첨부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공공기관의 문서들이 거의 이런 스타일로 작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서를 가지고 공식회의에서 검토하면서 서로 의견 조율을 하는 것이고, 아무리 수십 페이지에 이르는 잘 만든 계획서라 할지라도 ‘시행’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문서 작성으로 끝이다.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하면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가지고 문서를 다시 보완 수정해, 시행문을 만들 것이고, 시행문은 국방부든 청와대든 합수부든 관련 기관에 통보가 될 것이다.

자, 이 문서는 그야말로 대비 계획서이며, 이 문서를 가지고 국방부 회의에서 논의한 결과 계엄령을 내리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이 문서의 용도는 공식 회의 한 번으로 끝이 났다. 그 생명을 다한 문서는 이후 보존처리되어 그저 USB에 저장되어 잠자고 있었다. 이 문서에 기초한 어떤 행위가 일어난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온 나라가 난리다. 이 문서에 기초해 관련 기관에 ‘세부 사항을 점검해 보고 의견을 내보라’는 시행문이라도 보낸 적이 있는가? 기무사의 잘못이라면, 이 문서를 작성한 작성자가 꼼꼼하고 성실한 스타일이어서, 대비 계획서를 너무도 세세히 잘 작성한 ‘죄’라 할 것이다. 공무원이었다면, 아마도 잘 작성된 문서로 윗사람에게 칭찬 꽤나 받았을 문서다.

이 67페이지에 이르는 문서를 본 공중파 방송 기자들이 7월24일 뉴스를 통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정말 그 수준이 드러난다. 아마도 공공기관이 작성하는 문서를 제대로 읽을 줄 모르거나, 그게 아니라면 알면서도 왜곡, 선동한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 “군(軍) 모든 것 결정...기무사, 사실상 쿠데타 계획”〉

『여기에는 촛불 집회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시민들의 휴대전화 전파 방해부터 국회를 무력화하고 언론을 검열 또는 통폐합하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빼곡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기무사가 계엄을 검토한 것인지, 아니면 쿠데타를 모의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 ‘촛불 집회’는 문건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불법 집회, 과격 시위 등에 대한 조치만 언급되어 있다. 촛불 집회를 겨냥한 듯한 계엄령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완벽한 왜곡 보도다.

『문건에서 계엄선포를 위한 첫 단계로 상정된 국방부 비상대책 회의. 계엄 시행여부와 종류, 시행 지역까지, 대통령 권한인 계엄선포권을 사실상 이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계엄 선포 가능 여부를 스스로 판단함으로써 군이 계엄의 주체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이 문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 계엄을 국방부에서 검토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문건 어디에도 대통령을 대신해 국방부 대책회의에서 계엄을 결정한다는 내용은 없다. 불가능하다. MBC 스스로 말한 대로 대통령 및 국무회의 권한이다. 왜곡 보도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건 보안. 회의 참석 인원을 최소화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유로 터키의 사례를 듭니다. 2016년 7월 터키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는데, 이 쿠데타를 계엄으로 지칭하며 "시민 저항으로 계엄군이 진입을 실패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계엄이 본연의 목적인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게 아님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 계엄령 선포에 있어 보안을 강조하는 내용이 뭐가 문제인가? 초등학생도 이해할 정도의 당연한 내용이라, 언급할 가치도 못 느낄 저질(低質) 보도다.
▶ 터키 사례에 대해서는 문건에 아주 작은 글씨로 단 한 줄 “16. 7월 터키 계엄시 시민 저항으로 계엄군 진입 실패”라고 적혀 있다. ‘계엄’이라는 단어를 굳이 ‘쿠데타’로 바꿔 보도하면서까지 왜곡하고 있다. 조작 수준이다.

『기무사가 미리 준비한 비상계엄 선포문도 주목할 만합니다. 선포 주체로 대통령뿐 아니라 권한대행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대통령 궐위상황까지 염두에 둔 겁니다. 이 문건에 대해 군 인권센터는 오늘 "무력으로 국가권력을 진공상태로 만들려 했다"며 "이 계획이 시행됐다면 12·12 사태와 같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대통령 궐위상황’까지 왜 염두에 뒀겠는가? 탄핵이 인용될 상황도 염두에 둔 대비계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핵 기각만을 염두에 두고, 촛불집회를 막기 위한 대비 계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MBC 보도가 왜곡되다 보니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꼴이다.

〈KBS 뉴스9, “기무사, 美에 계엄 협조 요청”…‘5·17’과 닮은꼴”〉

『기무사의 계엄 문건 관련 소식 전해드립니다. 문건에는 계엄 선포시 미국의 인정을 받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1980년 5.17 비상계엄 당시의 계획과 유사했습니다.

공개된 계엄령 검토 세부 문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외교 활동 강화 부분입니다. 계엄령을 선포한 뒤 주한(駐韓) 무관단을 소집해 계엄 시행의 지지를 당부하고, 주한 미국 대사를 초청해 미 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하도록 협조를 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5ˑ18 하루 전날인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당시 미국 측의 인정을 받으려 했던 것과 닮은 꼴입니다.』

▶ 대체 1980년의 쿠데타와 비교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계엄령에 따른 국제적 신뢰도 하락을 염려해 각국 대사들을 상대로 계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노력이, 어떻게 1980년 군사 정권에 대한 미국의 인정과 비교될 수 있는가? 문건에 담긴 ‘계엄령 선포시 외교적 노력’을 굳이 ‘쿠데타’로 몰고가는 ‘선동’이다.

『대비계획 세부자료 중 예시된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계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군령권자인 합참의장이 배제됐는데, 1979년 12·12 쿠데타로 신군부와 대립하던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끌어내렸던 당시 상황과 겹칩니다.』

▶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정하는 타당한 이유는 알려고도 하지 않은 체, 억지 춘향 식으로 12ˑ12쿠데타에 연결시키고 있다. KBS는 기무사의 대비 계획을 ‘쿠데타 모의’로 몰고 가려고 작정한 듯 싶다.

『기무사의 비상계엄 선포권자는 '대통령(권한대행)'으로 표기됐습니다. 당시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발표까지도 염두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2016년 터키 쿠데타 실패를 예로 들며 보안을 중시했던 부분 등은 쿠데타 시도로 해석될 여지를 준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KBS 뉴스 김영은입니다. 』

▶ 역시나 문건에 있는 ‘터키 계엄’이라는 단어를 굳이 ‘쿠데타’로 바꾸면서까지 쿠데타로 몰고가는 선동 보도이다.

〈SBS 8시뉴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비밀리에 주요 나라를 상대로 계엄의 당위성을 설득하자, 이런 부분입니다. 계엄 선포 뒤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을 억압하려 했다는 내용 지난주에 전해드렸죠. 즉 계엄 성공을 위해서 사전 또 사후 조치가 모두 담겨 있는 건데,
때문에 이게 단순히 검토 문건이라기보다는 명백한 실행 계획이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민경호 기자입니다.』

▶ 검토 내용이 상세하다고 해서 ‘명백한 실행 계획’이라고 단정하는 게 말이 되는가? 모든 기업들, 공공기관이 작성하는 수많은 사업 검토 계획이 100% 실행으로 옮겨지는가?

『기무사 문건에는 외교활동 강화가 비중 있게 담겼습니다. 국방, 외교부 장관에게 각각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국방장관은 계엄 선포 전 주한 미국, 중국 대사 등을 공관으로 불러 보안 유지 하에 계엄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전두환 씨가 1980년 5월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 했던 점과 비슷합니다. 외교부 장관은 외국 언론의 편파 보도로 국내 상황이 왜곡되지 않도록 외국 대사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라며 외신 보도까지 손을 댈 계획을 세웠습니다』

▶ 문서에는 ‘駐韓 무관단·외신기자 대상 외교활동 강화’라는 항목에서 ‘계엄 시행전, 계엄 시행시, 계엄 시행간 조치사항’으로 분류해, 주요국 대사·외국인 기업·외신기자 등을 상대로 현 상황을 잘 설명해 동요하지 않도록 하고 국내상황이 왜곡되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들이 적시되어 있다. 대체 뭐가 잘못되었는가?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 활동을 SBS는 ‘외신 보도까지 손을 댈 계획’이라며 왜곡하고 있다. 외신 보도까지 손을 댈 수 있는 방법이 대체 무엇인지 기자에게 묻고 싶다.

여러 언론이 과장 보도하고 있는 ‘국회통제’ 관련 SBS 보도는 이렇다.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을 국회의원 체포로 무산시키겠다는 계획은 전무후무한 폭압적 내용입니다. 진보 의원 160명 대 보수 의원 130명이라며 당시 국회 상황까지 분석했습니다. 계엄 시행을 전제한 게 아니라면 담기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 양홍석/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 : 계엄 상황에서 유일하게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통제 기구는 국회밖에 없는데… (국회 장악 시도는) 헌정질서를 교란시키고 정지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란예비음모라고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죠.]

군 인권센터는 "자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작전을 펼치려 했다"면서 '명백한 군사반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먼저, 기무사 작성 문건에는 ‘국회의원 체포’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이라는 항목에 이 내용이 등장하는데, ‘고려사항’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그리고 무턱대고 계엄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체포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그에 앞서 ‘여당을 통해서 계엄의 필요성 및 최단 기간 내 계엄해제 약속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있다. 즉, 계엄령을 내릴 정도의 비상 상황이라면 군이 그 엄중함과 당위성을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해 조기에 국가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계엄령을 유지’하도록 하는 나름의 전략을 제시한 것뿐이다.

▶ 그 방법이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라는 소제목에서 짧게 언급되어 있다. ‘현행범 사법처리’도 무턱대고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집회 시위 금지 및 반정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시 사법처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문건을 작성한 이도 자신이 없었는지 굳이 ‘고려사항’이라는 단서를 붙여놨다.

▶ 이런 내용을 SBS는 ‘자국민을 적으로 간주하는 작전’, ‘헌정질서 교란 및 정지’, ‘내란 예비음모’로 확대 과장하고 있다.

『계엄 시행 단계에 담긴 보도 매체 및 SNS 통제 방안입니다.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보도 매체에 대한 사전 검열을 위한 조직 편성과 검열 방식이 명시돼 있습니다. 보도 사전 검열 자체는 합동참모본부의 계엄 실무편람, 즉 계엄 매뉴얼에도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기무사 문건은 매뉴얼에 없는, 지침 위반 시 조치까지 상세히 작성했습니다. 보도 매체 등록을 취소하고 방송 정지, 신문 발행 정지까지 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필요시, 전국 단일방송 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까지 세워놨습니다. 초법적인 언론 통폐합도 불사하겠다는 겁니다』

▶ 기무사 문건을 들여다보자. 문건에는 이미 언론사에 하달된 ‘보도 검열 지침’을 위반한 언론에 대한 조치 내용이 적혀 있다. 지침을 위반했다고 해서 바로 방송 정지, 언론 통폐합을 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문건에는 소제목 ‘3차에 걸쳐 행정조치, 보도검열 지침 준수 유도’에서 지침을 위반한 경우 ‘1차는 경고조치→ 2차는 기자실 출입금지·보도증 회수·현장취재 금지 등의 조치 → 3차는 형사처벌’ 한다고 단계별 조치를 적시하고 있다.

▶ 그리고 이런 3차에 걸친 조치에도 불구하고 보도지침을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언론사에 대해 등록 취소, 보도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적시하였다. 실제 계엄령 하에서 이 정도로 말 안듣는 언론사가 있다면 당연히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언론사에 이 정도의 통제를 가하는 것이 ‘폭압적’이라고 할 수 있나? 그런데 SBS는 ‘폭압적’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언급했다.

분명한 것은 기무사의 문건은 그 제목처럼 어디까지나 ‘대비계획’이라는 것이다. 시행문이 아니다. 따라서 내란 또는 쿠데타를 예비했다고 단정하는 보도는 왜곡, 과장, 선동이다. 조갑제닷컴에 게재된 이 문건의 원본을 보시길 바란다. 합리적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엇을 위한 문건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