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 작년 7월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1년1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선조위는 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월호 침몰 주요 원인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제출한 뒤 오후 2시 서울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선조위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내인설’과 ‘외력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열린 안’ 두 가지로 결론 내렸다. 보고서에서 김창준 위원장, 김영모 부위원장, 김철승 위원 등 3명은 내인설, 권영빈 제1소위원장, 이동권 위원, 장범선 위원 등 3명은 ‘열린 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내인설은 세월호의 침몰이 급격한 우회전, 무리한 증·개축, 화물 과적, 부실 고박, 복원력 감소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며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외력설은 잠수함 등 외부 충격의 영향으로 세월호가 가라앉았다는 주장이다.

내인설을 제기한 위원들은 “(4월16일 오전 8시49분 13∼39초) 세월호의 나쁜 복원성 때문에 20도 이상 좌현 방향으로 기우는 횡경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에 실린 화물이 제대로 고박이 되지 않아 같은 날 8시49분 40초께 급선회를 하면서 세월호가 45도 이상 기우는 횡경사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세월호가 45도 이상 기운 이후 열려 있던 수밀문과 맨홀로 바닷물이 들어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께 세월호가 앞부분만 남긴 채 침수·침몰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열린 안을 제시한 위원들은 ‘외력설’을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열린 안’이라는 결론을 내어놓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3차 자유항주모형시험에서 좌현 핀안전기실과 그 위쪽 데크스토어 내부의 대변형과 외부손상으로부터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외력으로는 순수하게 선회율만 높일 수 있는 모멘트를 구현할 수 없음을 확인했고 이로부터 외력의 가능성이 작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외력설이 아닌 열린 안을 내놓은 까닭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침몰의 원인을 기존의 복원성 불량, 고박 불량, 기기조장 등 내적 요인에만 한정하지 않고 내적·외적 구분 없는 열린 검증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30억의 예산을 들여 조사를 했는데, 사고 원인을 검증해 본 결과가 ‘열린 검증이 필요하다’는 결과란다. 검증하기 위해 모인 위원회의 결과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결과다. 그러면서 지난 3월 출범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에 이 결과를 넘겨 계속 검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월호의 인양 및 선체직립, 선조위 활동 등에 들어간 비용은 대략 1451억이다. 당초 해양수산부가 ‘상하이샐비지’와 세월호 인양 비용으로 체결한 계약 금액은 916억 원이다. 이후 인양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상하이샐비지는 추가 비용 지급을 요구했고, 이에 정부는 인양비 328억7000만 원을 지출했다. 이후 정부는 인양한 세월호를 바로 세운다며 선체직립 비용으로 176억5000만 원을 또 지출했고, 선체조사위원회 활동비로 30억을 지출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검증한 결과가 ‘내력설이 맞긴 한데 외부 충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속 외력 가능성을 주장해온 권영빈 소위원장은 외력의 정체가 뭐냐는 질문에 “외력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이었다. 외력이 존재했는지 여부는 3인 위원의 판단에 차이가 있다. 외력검증TF의 활동이 외력의 정체를 찾는 활동이 아니라 존재의 가능성을 찾는 활동이었기에 외력 정체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력이 존재했는지, 그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해 딱 부러지는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일부 의견이 있다고 해서 전체 조사위원회의 결론을 ‘결론 없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럼 앞으로는 뭘 조사하겠다는 건가? 혹시 외계인이 다녀갔거나,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중 괴생물체의 존재 가능성까지도 한번 들여다봐야 하는 건 아닌가?

그런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선조위 전체의 공식 입장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김창준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외력설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력설을 뒷받침할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저런 내적 이유로 세월호가 침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리면 될 것을 왜 못하는 걸까?

이런 똑같은 일이 지난주에도 있었다. 지난 3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정시 확대와 수능 절대평가 전환 사이에서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는 두 차례의 숙의 토론에 참여한 시민참여단 490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입 개편에 대한 4개의 공론화 의제 가운데, 1) 정시모집 비율을 45%이상으로 확대하고, 현행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첫 번째 의제가 지지 비율 52.5%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2) 수시·정시모집 비율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영어·한국사에 한해 도입된 절대평가를 수능 전 과목으로 확대하자는 두 번째 의제는 지지비율 48.1%로 2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두 개의 의제도 사실상 절대평가에 반대하고 상대평가를 유지하자는 의견으로, 3안(대학자율 모집, 상대평가 유지)은 37.1%, 4안(정시확대, 상대평가 유지)은 44.4%의 지지를 얻었다. 사실상 절대평가 및 대학자율 모집을 주장하는 안은 48.1%의 지지를 얻은 2안 밖에 없다.

그런데, 상위를 차지한 두 의제의 지지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면서, 절대 다수가 지지한 안은 없다, 즉 ‘결론 못 내리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이게 결론내지 못할 내용인가? 1위를 차지한 안이 52.5%를 넘었다. 즉 과반을 넘었다. 2위와의 차이가 4.4%다. 그리고 절대평가 전환 반대·상대평가 유지 주장만 합치면 134%다. ‘상대평가 vs 절대평가확대’ 지지 비율이 134% 대 48.1%인 셈이다. ‘정시확대냐, 수시 등 대학자율 모집이냐’만 놓고 봐도, 96.9% 대 85.2%다.

결론은 명확하다. 절대평가 전환에 반대하고 상대평가를 유지하자는 것. 그리고 정시모집을 대학자율에 의한 수시모집 비율보다 확대하자는 의견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결론을 못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못 내리는 것인가, 안 내리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김상곤 교육부 장관도 수능 전과목의 절대평가 전환, 수능시험의 자격고사화 방안을 주장해왔다. 정부가 결정 못하는 것을 ‘공론화위원회’까지 만들어 논의했는데, 그 결론이 정부의 의견과 맞지 않으니 ‘결론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는 듯하다.

다시 세월호로 돌아가 보자. 위원들이 결론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네티즌들은 너무나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외부 충격으로 침몰했다면 그렇게 큰 배가 외상이 없었겠나?”

“나라 공돈 그만 씁시다. 초등생도 압니다. 답이 없습니다. 누가 일부러 세월호 침몰시켰는지요? 사고입니다. 그리고 유가족 인자 집에 가고. 세월호 세금포탈자 규명해야 합니다.” 

“결론은 단순 해양사고인데 주사파청기와와 좌파 눈치도 보이고 여지껏 제기한 음모론이 조사해보니 거짓말이다 하기엔 머쓱하니깐 ‘열린 안’이란 또 하나의 거짓말을 여지로 두겠다는 거잖아!”

“얼마나 안타깝겠어. 지들이 원하는 미국이나 우리 잠수함이 들이받아서 침몰했다고 조작하고 싶은데 아무리 뒤져봐도 그렇게 우길만한 건덕지가 없으니, 한미 해군이 원망스러울 거야, 그때 살짝이라도 옆에서 부딪혀주지 뭐했냐고.”

“잠수함충돌설 제기한 ㅆㄲ는 어디로 갔냐? 고작 이따위 결론 내려고 글케 오래 조사했냐? 국민세금으로 비용 들여가며, 봉급 받아가며? 이제는 2기로 넘긴다고? 2기 안되면 3기 4기~~~쭈욱 하것네!”

“수심 30m에 잠수함이랑 여객선이랑 지나가다 접촉사고 났다고 사기 친 적폐 교수놈 잡어내서 다시 설명하라고 하거라.”

“열린 결론??? 무슨 열린 결말의 드라마니?”』

문재인 정부가 ‘듣고 싶은 결론’만 고집하다가는 임기 내내 결론 못내는 위원회가 수두룩할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