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이 열리기 시작한 지 25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됐다. 이후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원인이라는 후속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정상회담 참가국 21개국 중 중국이 공동성명에 유일한 반대표를 던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무역 문제와 관련해 이견이 있었다며 관련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중국이 문제로 삼은 문구는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 활동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We agree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 활동이라는 표현이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 외교관들이 정상회담이 열린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실에 난입하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WSJ은 현장에 있었던 파푸아뉴기니 고위 외교관들을 인용해 난입한 문제가 사실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은 무역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실제로 미국은 불균형 무역을 이유로 지금 7월 이후에만 2500억 달러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미국산 상품 1100억 달러 규모에 보복 관세를 가했으며 미국의 추가 조치가 있으면 자신들 역시 추가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 언론들은 미-중 무역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미국을 이용해왔다”며 “그런 시기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경제를 개방한 것처럼 중국이 경제를 완전하게 개방하고 모든 의무를 충족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경제 부문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분쟁과 같은 안보 문제로 미-중 관계가 꾸준히 약화돼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는 경제 문제만 부각됐지만 북한 문제도 추후 양국 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이번 APEC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일례로 들었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미국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이런 방문은 또 다른 위험 요소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