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출신 反정부 기자 자말 카슈끄지(카쇼기) 암살 사건 이후 사우디의 핵확산에 대한 우려 역시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4일 뉴욕타임즈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번 암살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 있으며 미국 정보당국이 사우디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발전소를 구입하는 협상을 직접 이끌었다. 해당 계약 규모는 원자력 발전소의 수에 따라 많게는 8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문제가 되는 점은 사우디가 핵 연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는 점을 계속해 주장해왔고 미국 당국자들은 사우디가 이를 비밀리에 무기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가 있기 전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해 우려했던 점과 일치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공개적으로 핵개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한 바 있다. 올해 초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사우디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똑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과 사우디는 가장 큰 앙숙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우디는 자국 내 모든 지역에 대한 유엔 핵 사찰단의 접근을 허용하는 합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현재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사우디와의 핵 협상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미국 내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우디가 암살 사건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나서지 않는데 핵 기술과 관련해서는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또한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사우디에 핵 관련 기술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나 중국, 아니면 한국과 같은 다른 국가가 판매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사우디 정부는 자신들의 핵 산업은 민간 용도이자 평화로운 목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우디는 중동이 어떤 핵무기도 없는 곳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전문가들이 사우디의 핵 야욕을 우려하는 이유는 비슷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이라크, 이란 등 이웃 국가들에게 위협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동맹국들이 핵 프로그램을 갖는 것을 오랫동안 도왔다.

실제로 사우디는 과거 파키스탄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했을 때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미 정보당국은 이런 협력은 사우디가 핵무기가 필요하게 된다면 파키스탄으로부터 제공받기 위한 것으로 봐왔다.

뉴욕타임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핵) 운반체계에도 관심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1988년 사우디는 중국으로부터 중거리 미사일을 구입했다. 해당 미사일 체계에는 핵과 생화학무기가 탑재될 수 있으며 미국 당국은 당시 크게 반발했었다. 이후 이란과 사우디는 서로가 비밀리에 핵개발을 하고 있다고 계속 비판했다.

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빠른 시일 내에 핵 개발에 나설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핵무기 개발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많은 양의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핵 관련 연구소 역시 다섯 개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핵 연료 생산은 하지 않으면서도 핵 기술을 계속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앞으로 20~25년 사이에 최다 16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뉴욕타임즈는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이 사우디 문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한 이란 핵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끝내도록 했고 이에 대한 여파가 사우디의 자체적 핵 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어떤 핵무기 개발 기술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사우디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보일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