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항공모함에 탑재 가능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비롯한 F-35 전투기 약 100대를 구입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CNN 등 언론들이 보도했다.

F-35B는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한 최신 전투기다. 현재 일본 정부는 경항모급 헬기 탑재 호위함 이즈모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며 F-35B가 도입되면 이런 항공모함과 같이 작전 수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일본이 이런 역량을 갖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은 “단거리 수직 이착륙 역량을 사용하면 해상에서도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며 기동성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언론에 보도된 이런 계약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장기 방위 전략인 ‘방위계획의 대강(大綱)’에 매우 뛰어난 전투기를 구입할 계획이라는 점은 밝혔다. 또한 일본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F-15J 전투기의 절반가량은 더 이상 성능 개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어떤 기종을 구입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는 F-35의 기동력과 무기 체계를 최고로 꼽는다. 또한 비용이 성능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면서도 적(敵)에게 가장 치명적인 전투기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이 구입하려는 100대 중 약 40대는 항공모함에서 단거리 및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 기종이다. 나머지는 F-35A와 F-35C로 구성될 전망이다.

한편 일본 닛케이 신문은 이번 전투기 거래 규모가 88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전투기 한 대당 약 8800만 달러라는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이런 움직임이 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후 지속돼 온 평화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의 이런 결정은 중국이 태평양 해상에서 영향력을 계속 키워오고 있는 것에 따른 대응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에 나온 일본 방위백서는 중국 군대의 현대화와 개선된 작전 역량이 일본을 비롯한 역내(域內) 및 국제사회의 안보에 큰 우려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CNN은 일본 정부의 F-35 도입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아시아의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을 늘릴 것을 거듭 요구해왔다. 그러면서도 일본이 더 많은 미국 무기를 구입할 것을 원했다. F-35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판매하고 싶어하는 기종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종을 도입한 해외 지도자들을 치켜 올려주기도 했고 이런 거래를 자신의 행정부의 큰 성공 사례로 꼽아왔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F-35 도입은 일본 군대의 역량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미-일 동맹 관계를 공고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계약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소개되자 중국은 관영언론을 통해 비판에 나섰다. 중국 관영언론인 글로벌타임즈는 28일 일본이 이즈모함을 항공모함으로 바꾸려는 것은 방어용에서 공격용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을 침략했던 악명 높은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F-35B를 도입해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며 태평양 안보 환경에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