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심리학 실험을 통해 알아본, 사람들이 사실을 부정하는 이유’라는 제하(題下)의 기사를 게재했다.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반(反)하는 주장을 듣는 것을 원하지 않고 이를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자기 주장만이 난무하는 현시점에서 해당 기사의 일부를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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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美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결정이 나온 뒤 위니피그 대학교의 제레미 프리머는 200명의 미국인을 임의로 선정해 간단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동성결혼에 대한 찬반(贊反) 의사를 물었고 실험을 잘 마치면 10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반대 측의 주장 여덟 가지를 읽고 이에 대한 생각을 밝히거나 아니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찬성하는 측의 주장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할 것을 요구했다. 프리머는 그러면서 이들 실험 대상자들이 자신과 반대의 주장을 읽고 이에 대해 반응하면 10달러를 모두 받을 수 있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주장을 읽고 말하면 7달러밖에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찬성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측 의견을 읽으면 10달러, 자신이 원하는 의견을 말하면 7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험 결과 동성결혼 찬반과 상관없이 실험 대상자 전체의 3분의 2는 차라리 자신이 지지하는 주장을 읽고 돈을 덜 받는 것을 선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개의 연방 정부 기관이 작성한 1650쪽 분량의 기후조사고서의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해당 보고서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비용과 위험 등에 대한 주의 사항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은 매우 높은 지적(知的)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런 내용을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핵심 지지자들의 생각도 대변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5%의 보수성향 공화당원들이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에 반해 70%의 진보성향의 민주당원들은 과학자들의 주장을 믿는다고 한다. 미국 내에서 기후변화가 없다는 여론은 정치적 연관성과 에너지 회사들의 선거 자금 지원 문제 때문에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프리머 실험이 보여주듯 사람들은 심리학적인 요소로 인해 자신들과 반대하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이나 의견을 무시한다.

이런 식의 행동은 근시안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인지(認知)과학자 우고 메르시에와 댄 스퍼버가 집필한 ‘사고력의 수수께끼’라는 책에 따르면 사고하는 능력은 개인이 더 큰 지식을 얻거나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저자들은 이런 능력은 소규모 집단의 원시 수렵인들이 같이 활동하는 것을 돕기 위해 발달됐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고 능력은 우리의 믿음과 행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정당화하는 것을 돕는다”며 “또한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나 주장을 평가하는 것을 돕는다”고 했다. 즉, 사고 능력이라는 것은 그 개인이 포함된 집단을 위해 대개 사용된다는 것이다.

2013년 예일 대학교의 댄 카한은 1100명에게 피부 보습제가 발진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전에 간단한 산수 문제를 풀 것도 요구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산수 문제와 피부 관련 문제를 틀리지 않고 풀었다. 그런 뒤 카한 씨는 똑같이 산수 문제를 풀게 한 상황에서 권총 소지를 금지하는 것이 범죄율을 낮추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 같으냐는 다소 정치적인 질문을 했다. 그러자 대다수는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 공화당 성향의 사람들은 총기 소지 금지가 범죄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없다고 밝힌 반면 민주당 성향은 이에 반대로 답한 것이다.

이런 실험 내용은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카한 씨는 실험 대상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과학 관련 지적 능력과 정치 성향,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수준을 비롯한 다른 특성들을 대답하도록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학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가장 걱정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실험 참가자들의 세계관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회구조가 덜 엄격한 것을 선호하는 사람일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 과학에 대한 지적 수준은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반대로 체계적이거나 계급에 따른 사회구조를 선호하고 과학에 대한 지적 능력이 높을수록 기후변화에 큰 우려가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각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지 사실을 알아가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이들이 심술궂은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쪽의 의견을 고려해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이다. 프리머 씨는 2012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그는 실험 대상자들에 자신과 다른 후보를 뽑은 쪽의 의견을 들어볼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민주당의 오바마를 뽑은 사람 3분의 1 이상과 공화당의 롬니 후보를 뽑은 사람 절반 이상이 상대 측의 의견을 듣는 것을 자신의 치아(齒牙)를 뽑아야 하는 정도의 일로 간주했다.

남가주(南加州) 대학의 조나스 캐플랜은 2016년 연구를 통해 이런 반응은 뇌에서도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캐플랜은 40명의 진보 성향 유권자의 MRI 촬영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들에게 여러 주장을 읽도록 시켰다. 이중에는 진보 성향과 맞는 ‘낙태는 합법이 돼야 한다’는 내용과 자신들의 정치 성향과는 다른 ‘매년 총으로 숨지는 사람보다 부엌 칼로 살해당하는 사람이 10배 더 많다’는 주장들이 포함돼 있었다. 연구 결과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 주입되면 뇌의 일부분에 혈류량(血流量)을 크게 높였다. 이 부분은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믿음이나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이런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과 반대되는 내용을 접할 시 이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