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 되면 미국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논쟁거리가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에 대한 인사를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할지, 아니면 ‘해피 홀리데이’, 즉 ‘좋은 휴일 보내’로 해야 하는지 여부다. 일부 정치 성향이 짙은 언론들은 이런 논쟁을 ‘크리스마스의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논쟁이 최근 들어 더욱 불거졌다. 미국은 기독교인들이 건국한 나라이며 기독교를 믿을 것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지폐나 동전을 비롯한 국가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에 신(神)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이 중시되며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더욱 더 포용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PC는 말의 표현이나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인종이나 민족, 종교, 성차별 등의 편견을 포함하지 말도록 하자는 데에서 비롯됐다. 미국에는 기독교인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슬림과 유대인 등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인사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이들에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최근 백악관에서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을 미국인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고 한다”고 말한 뒤 바로 이를 ‘홀리데이 선물’이라고 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 “대통령이 되면 모든 매장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말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 유세에서 그는 “크리스마스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고 훌륭하게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며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다시 되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2016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6%의 민주당원들은 가게나 기업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 등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반면 67%의 공화당원들은 이와 정확히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무당층의 경우는 거의 동률로 갈라졌으며 ‘메리 크리스마스’를 선호한다는 의견이 아주 조금 우세했다. PRRI의 201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58%의 민주당원들이 ‘해피 홀리데이”를 공화당의 61%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선호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양당의 성향이 더욱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퓨리서치 센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이 차별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기독교인 중 자신들이 매우 큰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1%에 달했다. 이는 흑인(20%)과 라틴계(17%), 그리고 여성(10%)보다도 높았다.

연말이 다가오면 특히 지역 언론들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논란에 대한 여러 칼럼이 게재된다. 지역이나 언론사의 성향 별로 칼럼의 논조는 다르다. ‘해피 홀리데이’ 찬성론자들은 기독교인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고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하며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많이 낸다. 반면 ‘메리 크리스마스’ 찬성론자들은 유대인을 비롯한 非기독교인이 바라본 관점으로, 크리스마스 자체는 예수를 기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한 문화가 됐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가장 유명한 캐롤 중 하나인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의 작곡가는 미국계 유대인인 어빙 벌린이다.

모든 사람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혹은 ‘해피 홀리데이’를 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