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가 국가연구비 횡령 의혹을 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직무정지 요청을 받은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며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신 총장에 대한 정치적 동기가 원인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13일 소개했다.

신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 시절(2011~2017)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공동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연구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정부 감사를 받았다. 해당 비용은 한국 과학자들이 LBNL 영상 시설 중 하나인 X선 현미경 촬영 빔라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거래의 일부이다.

이런 계약이 이뤄진 가운데, 신 총장은 연구장비 사용료를 명분으로 별도의 국가연구비를 책정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약 22억 원을 LBNL에 송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과거 제자를 편법 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의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을 지난달 28일 검찰에 고발했고 14일 열리는 이사회에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처는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의혹들은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신 총장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의심한다”며 “직무정지 절차가 서둘러 진행되고 있고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일부 연구진들은 이번 카이스트 사태를 지난해 보수성향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집권한 진보적인 문재인 정권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과학 연구 기관에 대한 정치적 숙청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책연구기관 수장(首長) 여러 명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낸 사례도 많다며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경우 강제적으로 사표를 내는 일이 흔하다”고도 했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은 네이처에 “이 사건과 과기정통부의 성급한 판단은 이런 기준을 봐도 이례적”이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13일 현재까지 카이스트 교수 257명을 비롯해 한국 내 연구진 810명이 총장 직무 정지 요청 거부 성명서에 서명했다고 네이처는 보도했다. 카이스트는 11일 물리학과 교수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LBNL에 있는 거대 실험 장치는 사용료를 낸다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당시 신 총장은 장비 운영비의 13%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투자 효율이 매우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제 공동 연구에 대한 이해 없이 의혹만으로 국가연구대학의 총장을 직무정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카이스트는 네이처에 보낸 성명문에서는 신 총장이나 DGIST 그 누구도 美 에너지부에서 관리하는 LBNL과 이면 합의를 맺는 불법 활동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두 기관의 거래는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강조했다.

LBNL도 지난 10일 한국 과기정통부에 보낸 성명에서 해당 의혹들은 중대한 사실적 오류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네이처는 보도했다. LBNL은 두 기관 사이에는 어떤 형태의 이면 합의도 없었다고 했다고 한다.

과기정통부는 “정당한 감사를 거쳐 신 총장의 혐의가 드러난 것이고 직무정지 요청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