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부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수사관 변호를 맡은 석동현 변호사는 “서울지검이 다른 적폐수사건 수사할 때처럼만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故 이재수 前 기무사령관의 변호를 맡았던 석 변호사는 24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대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김 수사관에 대한 선임계를 제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한 수원지검과 서울동부지검으로 나눠져 있는 김 수사관 관련 두 개 사건을 병합해 수사해줄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현재 청와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으로, 자유한국당이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고발한 사건은 서울 동부지검으로 배당된 상황이다.
석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특임검사 지명 또는 특별조사단을 설치해 집중 수사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사건의 비중이나 사회적 관심과 여파, 검찰의 실체적 진실규명 의지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판단이 든다고 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국회 국정조사나 특검까지 갈 여지가 많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석 변호사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실을 즉각 압수수색하고 기타 방법을 통해 관계자료를 확보할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특감반 감찰과 관련해 공직자들에 대한 과잉감찰이나 민간인 사찰 등 위법 및 부당한 요소의 증거나 흔적들을 인멸할 개연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박형철 비서관과 이인걸 특감반장이 이미 당시 특감반원들의 컴퓨터와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는 주장도 있다”고도 했다.
석 변호사는 “김 수사관의 제보나 공개한 내용이 법률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비밀이라 하면 그 누설 행위가 국민의 알 권리 또는 내부고발자 보호라는 측면과 충돌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앞으로의 변론 방향을 소개했다.
석 변호사는 민간인 사찰을 상부에서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화도 있었고 특감반 내부로부터 사용한 텔레그램(채팅앱)에 이슈들에 대한 동향 파악 및 첩보 내용이 있었다”면서도 “원대복귀 전 김 수사관이 휴대폰을 제출하자 해당 채팅방에서 퇴장됐다”고 답했다. 채팅방에서 사라져 채팅 내용에 대한 증거는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석 변호사는 이재수 전 사령관의 경우는 세월호 당시 사찰이 없었다고 주장한 반면 김 수사관의 경우는 사찰이라고 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사령관은 ‘뒷조사’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목적이나 이유가 감시 목적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김태우 사건의 경우 사찰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의혹으로 생각하는 것은 청와대가 특정대상자의 비리나 과오를 찾는 목적이 있었고 미행이나 망원, 탐문, 도청 등 하나라도 사용됐다면 사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찰 증거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현 상황에서 단정은 어렵지만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며 “현재 논란이 막 시작된 상황이고 사건의 실체나 문제점을 말하기에는 이른 단계이다”고 했다.
석 변호사는 “김태우 수사관은 영웅이나 위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직무에 충실했던 것이 경고를 받고도 마음대로 한 것으로 폄하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도 했다.
석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며 “제가 미꾸라지를 변호하게 됐다”며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쏘가리와 달리 감찰 활동의 특성상 더러운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왜곡 없이 진실을 알리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