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의회는 15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아니라 야당 정치인인 후안 구이도 국회의장을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구이도 의장이 과도정부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도록 했다.

이런 움직임은 물론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이도 의장을 새로운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혼란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제 두 명일 수도 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의회의 이번 결정은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핵심 산업인 석유 업계와 군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다음날 이뤄졌다. 현재 베네수엘라 의회는 베네수엘라의 은행 계좌나 다른 자산을 동결시킬 수 있는 미국이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의 지지를 다시 받아내려고 하고 있다.

루이스 벤센트 리온 베네수엘라 정치 분석가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국제사회가 구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코너에 몰릴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이 구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게 되면 해외에 있는 베네수엘라 자산은 마두로가 정권을 유지한다고 해도 관리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두로는 지난해 부정선거를 통해 재선(再選)에 성공했고 최근 6년간의 2차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선거에는 유력한 야당 정치인이 출마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약 60개 국가들이 이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규정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2015년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의원들로 구성된 베네수엘라 의회를 유일한 합법 기관으로 인정해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5일 구이도 의장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이 구이도를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야당이 경제를 파탄시키고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게 한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늘릴 것을 거듭 촉구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의회의 이번 결정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두로 측이 이런 야당 의원들을 감옥에 가두는 등 탄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두로는 이날 국영 TV 연설을 통해 “나는 미래에 갔다 돌아왔는데 (미래의) 모든 것들이 다 괜찮았던 것을 보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어떠한 쿠데타 시도도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35세인 구이도는 그렇게 잘 알려진 정치인은 아니다. 그는 조용한 성격이고 주목을 받는 것을 꺼려했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구이도가 이렇게 갑자기 야당의 대표 인사로 떠오른 이유는 야당 지도자들이 감옥에 수감되거나 추방을 당하는 등 야당이 쪼개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 스키용 마스크를 착용한 정보요원들에 의해 잠깐 억류됐다 석방되기도 했다.

마두로는 그가 측근으로 가득 채운 법원과 군부의 도움을 받아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구이도는 민주주의 정권으로 이양하는 과정에 협조하는 군인들과 공무원들에 사면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이도는 1958년 군부독재자인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정권이 무너진 날인 1월 23일을 기념해 대규모 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