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붕괴는 쿠바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쿠바는 전체 석유 공급의 28%를 베네수엘라로부터 받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현재 거의 무상으로 쿠바에 이런 석유를 공급하고 있는데 정권이 교체되면 쿠바는 더 이상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쿠바의 경제 전문가인 오마르 페레즈는 26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마두로 정권이 붕괴되고 베네수엘라가 쿠바로 석유를 더 이상 보내지 않게 된다면 쿠바의 경제력이 10% 가량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가 들어오지 않으면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정부 지출 역시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두로는 현재 쿠바 정보원들의 조언을 받는 베네수엘라 정부군의 지원을 받아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쿠바 당국자들은 마두로 정권 붕괴에 따라 자신들이 겪게 될 수 있는 에너지 혼란 사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은 지난주 마두로에 대한 사퇴 압박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적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쿠바 관영 언론들은 베네수엘라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이들은 엄청난 물가상승과 식량 부족으로 인해 34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음에도 긍정적인 보도만 내보내고 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 쿠바 자문관들은 자신들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겪었던 것처럼 마두로 정권 역시 압박을 버텨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통은 “쿠바 자문관들은 소련 붕괴 이후 9년 동안 풀만 먹었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 접근이 가능한 쿠바인들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이들이 겪는 고통을 알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관계를 멀어지게 함으로써 두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지게 하려 희망한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마두로 정권이 붕괴된다고 해도 쿠바 정부에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바는 1990년대에 이미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런 어려움은 30년 동안 이어지고 있지만 정권은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1999년부터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를 영웅으로 생각하던 우고 차베스는 그해 대통령에 당선돼 베네수엘라를 사회주의 혁명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 이듬해 카스트로와 마두로는 석유와 인적 재산을 맞바꾸는 계약을 체결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의 석유 수요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인 10만 배럴씩을 매일 쿠바에 공급하기로 했다. 쿠바는 이에 대한 대가로 2만 명의 의사와 교사 등을 베네수엘라로 파견시켰다. 정확한 수치는 불확실하지만 상당수의 쿠바 정보요원들 역시 베네수엘라로 보내져 차베스의 정권 유지를 도왔다.

마두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가 현재 쿠바에 공급하는 석유 규모는 일일 기준 4만 배럴 수준이다. 연간 금액으로 따지면 8억 달러에 달하는 큰 규모이긴 하지만 쿠바의 경우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쿠바 정부는 에너지 불안정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석유 저장 시설을 새롭게 만들었으며 택시 운전사들이 자동차용 기름을 사는 것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많은 택시 운전사들은 암시장을 통해 빼돌려진 기름을 구매하고는 있으며 기름값도 크게 오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