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전문가인 자비에르 코랄레스 미국 애머스트 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4일 뉴욕타임스에 ‘베네수엘라 군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독재정권 붕괴를 위해서는 군대와 독재자를 분열시키는 것이 핵심이지만 베네수엘라의 군대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집단으로 구성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성공시키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군사개입에는 너무 큰 위험이 뒤따른다며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투사들에게는 불쾌한 일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정권 이양 기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안이 낫다고 주장했다. 즉, 이 기간 동안 베네수엘라 군대 내에 있는 다양한 집단을 설득, 군대를 재정립하는 일을 통해 민주화를 서서히 이뤄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베네수엘라 군대의 특수성에 대한 설명과 이에 따른 조언이 담긴 해당 기고문을 일부 의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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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베네수엘라의 현재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지난 1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한 니콜라스 마두로가 있고 이로부터 얼마 후 의회를 대표해 대통령직을 이어받게 된 후안 과이도가 있다.

과이도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다수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과이도를 지지하고 있다. 집권여당을 제외한 모든 베네수엘라의 정당은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과이도의 법적 요건을 인정한다. 마두로가 승리한 2018년 대통령 선거는 조작됐다는 것이다. 마두로 정권에 의해 내려진 여행 금지 명령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과이도는 5일 베네수엘라로 다시 귀국했다. 그는 이 기간 중 다섯 곳의 남미 국가들을 찾아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마두로는 군대라는 한 곳의 지원만을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 2월 23일 마두로가 군대를 동원해 인도주의 물자의 반입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민간인들을 죽였고 폭군 네로 황제처럼 물자 운반 트럭에 불이 붙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 TV 방송에서 살사 춤을 췄다.

현시점에서 의문은 군대를 사용한 마두로의 억압을 어떻게 군사 대결로 이어지지 않는 선에서 해결하느냐는 점이다. 이것이 현재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곤경이다.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과이도는 야당을 지원하는 동맹국들의 중재나 개입을 촉구한 바 있다.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외국의 개입에는 너무 큰 위험이 따른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런 작전을 시행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며 표리부동한 트럼프 행정부를 운전석에 앉히는 이런 작전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군사력이 사용된다고는 하더라도 실질적인 군사 충돌에는 못 미치는 몇 가지 대안이 있다. 이런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두로의 군대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독재정권에 있어 군부의 지지는 정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군대의 지지를 없애버리면 독재자가 무너지게 된다는 원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두로 정권 역시 이런 독재주의 정치학에 딱 들어맞는다. 민주화를 위해서는 마두로로부터 군부를 떨어뜨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두로와 군부를 멀어지게 하는 것은 복잡한 일이라는 점이 증명돼 있다. 마두로의 군대는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일반적인 구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두로의 군대는 하나의 전문적이고 상하 관계가 만들어져 있는 조직이 아니다. 베네수엘라 군대는 여러 이유로 정권을 위해 일하는 이해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마두로와 군부를 멀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집단을 위한 각각의 전략을 사용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선 베네수엘라 군대에는 전문적으로 직업 군인의 길을 걸어온 집단이 있다. 그리고 이와는 다른 이해 관계를 갖고 있는 군인들이 있다. 베네수엘에는 정권을 배반하려는 세력을 잡아내기 위해 쿠바의 군인 및 정보 당국자들과 함께 일하는 ‘이념적 군인’이 있다. 또한 관료주의 성향의 군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정부 소유의 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되거나 마약 거래와 같은 불법 시장에서 큰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다.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에는 ‘탄압’을 담당하는 마두로의 암살요원들이 있다.

2000대에 들어서기 전만해도 베네수엘라 군대 내부에서 나타나는 이런 다양성은 교과서 등을 통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다양성을 정치학자들은 정부 차원의 폭력의 새로운 시장 지배 구조로 보고 있으며 반민주주의 국가나 실패한 국가들은 이런 체계를 선호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이런 구조가 범죄적인 군인들과 암살요원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암살요원들은 마두로 정권 유지에 특징으로 꼽혀왔다. 베네수엘라의 암살 부대는 크게 두 곳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2017년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창설된 경찰 특공대(FAES)이다. 그러나 이들은 빈민가 등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암살을 자행해온 집단이다. 또 다른 부류는 ‘콜렉티보’라고 불리는 친정부 무장집단이다. 이들은 무장한 민간인들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초의 경우 콜렉티보는 지역에 기반을 둔 예비군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범법자나 조직 폭력배, 전직 죄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각종 집회에 손에는 총을 들고 얼굴을 가린 채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집회 참여자들을 위협한다.

과이도의 전략의 문제점, 다르게 말해 어떤 정권의 군대를 평화적으로나 민주주의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전략은 군대가 이질적인 개인들로 이뤄진 집단일 경우에는 쉽게 적용될 수 없다.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제안한 일부 전략은 여전히 시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정한 재선거 이후 사면 조치를 내려주겠다는 제안은 겁먹은 군인들이나 많은 직업 군인들에게 호소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많은 군인들이 현재 마두로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강경한 이념으로 뭉친 집단이나 돈을 벌기 위한 집단, 범죄 군인, 그리고 콜렉티보 등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과이도의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강경한 이념으로 뭉쳐 있는 군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마두로와 함께할 것이다. 돈을 버는 목적이 컸던 장군들 역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얻는 것은 거의 없다. 죄는 사면 받아도 기존의 지위나 수입 구조는 사라져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콜렉티보 역시 가장 통제가 되지 않는 집단이기 때문에 다루기 어려울 것이다. 이들의 지휘체계는 매우 복잡하며 하나의 이익만을 지키려는 집단이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이렇게 분열된 군대의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군대에서의 가장 ‘어두운 집단’은 민주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대신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권력에서 멀어지게 해야 한다.

한 명의 민간인으로는 이를 해낼 수 없다. 군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정말 필요한 군대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과이도와 과이도를 지지하는 국가들에는 임시적으로 국제사회의 지도하에 민-군 협력을 구축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들은 계속해서 군대의 권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정직한 장교들에게 접근해 이들로 하여금 마두로 뿐만 아니라 군대 내의 분열 구조를 버리도록 해야 한다. 임무는 (무너진) 군대 구조를 재정립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군대 내에 있는 집단에 어느 정도 압력과 양보를 함께 제공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증인 보호 시스템과 더욱 광범위한 사면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 이익 추구가 목적인 군인 집단과 콜렉티보에 제공할 일종의 경제적 대가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군대의 분열되고 어두운 천성을 고려해보면 민주화를 위한 과정은 당연히 깔끔할 수도, 하룻밤 사이에 군사독재에서 민간인이 통치하는 상황으로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권 이양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불쾌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베네수엘라 국가가 참여하게 되는 전쟁이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군사 개입에 따른 교착상태보다는 나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