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이 군부의 이탈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미국인 기자를 억류하고 독일 대사의 추방을 명령하면서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기자협회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당국이 ‘마이애미 해럴드’와 ‘ABC 뉴스’, ‘텔레그래프’ 등에 기사를 작성해온 미국인 프리랜스 기자 코리 웨들을 억류했고 소유하던 장비들도 압수했다. 현지 언론 단체들은 웨들 씨가 반역죄 혐의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웨들의 보조 역할을 맡았던 베네수엘라 현지 기자인 카를로스 카마초 역시 체포됐다. 이에 따라 마두로 독재 정권에 의해 억류된 경험이 있는 언론 기관 관계자는 36명으로 늘어났다. 이중 대다수는 현재 풀려난 상황이다.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미주국장 호세 비반초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마두로 정권은 자신들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억압과 탄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웨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으며 “마두로는 진실을 직시하는 대신 숨기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을 인용, 베네수엘라 정부가 코리 웨들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악용, 미국이 정권 붕괴를 위해 파견한 요원이라는 탈을 쓰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당국이 미국인을 체포하고 연락이 두절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베네수엘라 권력 최상부의 지시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웨들의 어머니인 셰리 웨들은 이날 미국 CNN에 방송에 미국 대사관이 아들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내가 베네수엘라로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비행기에 오를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현재 미국 대사관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인이 베네수엘라에서 억류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인 선교사 조쉬 홀트는 2년간 베네수엘라에 억류됐다 지난해 풀려난 바 있다. 그는 간첩 혐의를 받았었지만 재판을 받은 적이 없다. 미국 정부와 그의 변호사들은 그가 사실상 인질로 잡혀 있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홀트의 석방과 미국의 신규 제재 해제를 협상하려 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6일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마두로 정권과의 거래를 촉진하는 금융 기관들에 대한 조치를 가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국무부가 베네수엘라 당국자와 이들 가족 77명에 대해 발급된 비자를 취소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체포된 웨들 씨는 베네수엘라 군부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이탈 상황과 경찰이 야당 측 인사들을 살해한 것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웨들은 최근 텔레그래프를 통해 대다수의 초급 장교들은 마두로 정권에 반기를 들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은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감옥에 수감시켰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감옥에는 현재 892명의 정치범이 수감돼 있다. 이 단체는 “지금과 같이 수감된 죄수가 많았던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대니얼 크리너 독일 대사가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며 48시간 이내에 베네수엘라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 크리너는 지난 4일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귀국할 당시 그의 안전 보호를 위해 카라카스 공항에서 그를 기다렸던 여러 서방 외교관 중의 한 명이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외교관들이 자국 영토에서 베네수엘라 야당의 극단적 음모 계획에 가담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 외교부장관은 크리너 대사에게 귀국하라고 명령했으며 크리너의 추방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