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국 정부의 추가 대북제재 계획을 철회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미국 재무부는 현행 대북제재에 대규모 제재를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나는 이 추가 제재에 대한 철회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한다”며 “대통령은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22일 추가 제재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 이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미국 의원들을 비롯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비판에 나섰다.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은 북한의 조력자들을 제재하는 것을 뜻한다”며 “재무부가 옳았다. 미국의 법이 규정하듯 제재는 가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며 “이를 반복하지 말라”고도 했다.

미 하원외교위원회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외교위원회는 “트럼프가 국가안보 결정에 중대한 변화를 가했다”며 “제재는 (북한) 정권의 불법 활동을 늦추고 멈추기 위한 정책 수단이지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인 엘리엇 앵겔 의원도 이날 공식 성명을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각료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중대한 국가안보 관련 결정을 트위터를 통해 내렸다”며 “대통령의 근거 없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까지도 무기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았고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은 미국이 더욱 안전해졌다고 하거나, 제재를 철회할 수준의 의미 있는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의회는 북한의 불법 핵무기 프로그램과 인권 유린 행위 때문에 제재를 가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의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고 제재를 해제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결정을 내린 유일한 이유로 북한 독재자와의 관계를 들었다”며 “이런 가까운 우정에는 문제가 있고 미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정책 결정을 당연히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크리스 반 홀렌 미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전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독재자 중 한 명인 김정은에 의해 놀아나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자신의 재무부와 다른 말을 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가 발표된 날 이를 철회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 의회가 앞장서고 브링크 액트를 통과시켜야만 한다”고 했다. 브링크 액트는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 차단에 초점을 둔 조치들을 담고 있으며 2017년에 상원에서 처음 발의된 바 있다.

국무부에서 민주주의, 인권, 노동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뒤 이번에 미 하원의원에 당선된 톰 말리노스키 의원 역시 이날 트위터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가 가해진 다음날 이를 뒤집겠다고 하고 그의 대변인이 이에 대한 이유는 대통령이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상상해 보라”고 했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을 역임했던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이날 “제재 없이는 당연히 불가능했던 대화를 살리기 위해 제재를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미 의회는 1986년 ‘포괄적 反인종주의 법안’에 대한 레이건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은 사례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내린 변덕스러운 결정을 보면 의회가 이 문제를 직접 다뤄야 하고 제재를 입법부 측면에서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전직 재무부 해외자산통제 국장이었던 존 스미스 씨가 “이는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를 담당하는 기관을 북한의 이익을 위해 약화시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 재무부는 전날인 21일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선박 회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대북제재는 올해 들어 처음이자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나온 미 행정부의 첫 대북 독자 제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