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 상황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20일 저농축우라늄 생산 속도를 4배 높일 것이며 국제사회와 합의한 우라늄 비축 상한선을 앞으로 몇 주 내로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달 초 유럽 국가들이 이란의 석유 수입을 하지 않으면 저농축우라늄과 경수로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의 독자제재에 따라 유럽 국가들 역시 이란의 석유 수입을 금지해왔으나 이란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를 따르지 말라고 압박한 것이다.

미국은 최근 페르시아만 인근에 항공모함과 폭격기 등을 배치하고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하는 등 압박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만약 분쟁이 생기면 이는 이란의 공식적인 종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고위 당국자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20일 트위터를 통해 “경제적 테러리즘과 집단 학살과 같은 조롱으로 이란을 끝나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페르시아만에 군 자산을 배치한 이유는 이란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핵무기 생산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하려고 하고 있다는 전형적인 거짓 성명이 가짜뉴스를 통해 보도됐다”며 “이는 오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그들이 준비가 되면 미국에 연락을 할 것”이라며 “그 때까지 이란의 경제는 계속 붕괴할 것이다. 이란 국민들로서는 매우 슬픈 일이다”라고 했다.

이란 원자력청이 이날 발표한 구체적인 내용은 우선 저농축우라늄 생산 속도를 4배 높일 것이라는 점이다. 2015년 이뤄진 이란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300kg의 우라늄을 비축할 수 있고 농도 상한선은 3.67%다. 유엔의 원자력 기구가 발표한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상한선의 80%만을 생산하며 합의를 지키고 있다. 이란 원자력청은 그러나 매우 빠른 시일 내에 300kg 상한선을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전문가들을 인용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저농축우라늄 비축량을 현재의 3배 가까이 늘릴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빠르면 한 달 안에 이 정도의 규모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탄즈 핵시설에 있는 원심분리기나 관련 기기들이 노후화돼 생산 속도를 너무 빠르게 가속화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라늄을 무기화하기 위해서는 농도가 90% 정도가 돼야 한다. 이란은 유럽 국가들이 석유 수입을 계속 하지 않는다면 현재 문을 닫은 ‘아락 원자로’ 공사도 재개할 것이며 우라늄 농축 제한 규정도 파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란은 우라늄을 3.67% 수준까지만 농축할 수 있는데 이는 원자력 발전을 위해서는 충분한 농도이지만 핵무기를 만들 수는 없는 농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