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치명적인 결함은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만들어지게 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연달아 발생한 추락사고로 운항이 중단된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문제점은 비행기 개발 마지막 단계, 즉 시험 조종사와 기술자들, 그리고 항공 규제당국자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일 보잉의 전현직 관계자와 미 항공규제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심층 기사를 게재했다.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사고(탑승객 189명 전원 사망), 2019년 3월 10일 발생한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사고(탑승객 157명 전원 사망) 이후 중단됐다. 같은 기종의 비행기가 연달아 사고가 발생했으며 비행기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보잉이 비행기 개발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비행기의 시스템에 큰 변화를 줬다고 전했다. 수정 전 비행기의 경우는 두 종류 이상의 센서가 보내온 신호를 바탕으로 특정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했으나, 수정 후에는 한 종류의 센서에서 보내온 신호만으로도 이 시스템을 작동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사고 모두 한 종류의 센서 오작동으로 인해 비행기의 기수가 밑으로 내려가게 돼 34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문제가 된 기술은 맥스 8부터 새롭게 탑재된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다. 이 시스템은 기수가 너무 높은 각도로 향할 경우 비행기 꼬리 부분에 있는 안전 장치를 작동시켜 꼬리를 위로 올라가게 한다. 꼬리를 올려 기수를 낮추는 것인데 이를 ‘자동실속방지시스템(anti-stall system)’이라고 부른다. 비행기는 고도가 너무 높게 향하면 실속하게 돼 이를 방지하는 작업을 자동으로 하게 한 기술이다. 하지만 사고 여객기들은 적정 각도로 비행하고 있는데 실속 방지 시스템이 작동해 기수를 밑으로 떨어지게 해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맥스 8이 처음 개발될 당시의 경우 MCAS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었다. 이 시스템이 작동될 가능성은 매우 낮았고 작동하더라도 여러 종류의 센서에서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있을 때에만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다. 보잉은 우선 비행기의 속도 센서와 바람이 날개에 끼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받음각(angle-of-attack) 센서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릴 시에만 MCAS를 작동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잉은 MCAS가 실속을 막기 위한 거의 모든 상황에서 작동하도록 수정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보잉은 MCAS가 비행기의 기수를 더욱 강하게 내리도록 수정했다. 또한 속도 센서와 받음각 센서 모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가 발생하면 작동하도록 한 이 시스템을 받음각 센서에서 보내오는 신호만으로 작동하게 했다.

비행기에는 두 개의 받음각 센서가 탑재돼 있다. 보잉은 신형 맥스 8 기종부터는 받음각 센서 두 개가 아닌 하나에서 오류 신호를 보내오면 MCAS를 작동하도록 하기도 했다. 당시 시험 비행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도 특별한 문제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들은 MCAS에 문제가 발생했을 상황에 대한 시험은 했지만 받음각 센서에서 잘못된 신호를 보내와 MCAS가 오작동될 가능성을 시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잉은 MCAS에 대한 수정 사항을 미 연방항공청(FAA)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잉은 또한 이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조종 매뉴얼에서 삭제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FAA는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조종사들은 10월 인도네시아 추락사고 이후에서야 MCAS에 대해 알게 됐다. 이와 관련해 보잉은 운항 승인 과정에서 모든 적법한 절차를 따랐으며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보잉측은 MCAS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만 작동할 것이고 작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맥스 8이 1000만 시간을 비행하는 과정에서 한 번 정도 작동할 것으로 봤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보잉이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받음각 센서가 오작동하게 될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고 전했다. 현재 항공안전당국은 3월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추락사고가 외부 충격에 의한 센서 오작동일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미 연방항공청(FAA)의 지난 30년간 발생한 외부 충돌로 인한 사고 자료를 검토한 결과 받음각 센서에 새가 충돌하는 경우는 잦다. 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거위와 종다리를 비롯한 새가 비행기와 충돌해 센서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1172건에 달한다. 이중 122건은 받음각 센서와 관련돼 있었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보잉의 받음각 센서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85건에 달한다. 1995년 이후 기준으로 이중 38건은 737 기종에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