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여성 민주당 의원 네 명이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총리와 총리 후보로 나온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를 통해, 이들 민주당 의원들은 “무너지고 범죄가 들끓는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그들이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이곳을 떠나면 된다”고도 했다. 이들 네 명 의원은 현재는 모두 미국인이다. 이중 세 명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다음주 사임하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의 대변인인 제임스 슬랙은 “이들 여성들을 지칭하는데 사용한 언어는 완전히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현대의 다인종 국가에서 완전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신이 위대한 다인종·다문화 사회의 지도자라면 이런 사람들은 그들이 온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식의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제레미 헌트 총리 후보이자 외교장관은 부인이 중국계이다. 그는 “나는 중국인 피가 절반이 섞인 자녀 세 명이 있다”며 “어느 누가 내 아이들에게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면 완전히 끔찍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후보들은 외교적 논란을 의식했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인종차별주의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여성 의원들 사이의 공방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논란이 되는 민주당 하원의원 네 명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뉴욕),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아야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이다.

일한 오마르는 소말리아 난민 출신으로 이들 중에는 유일하게 해외 출신이다. 그는 이번에 처음 당선된 무슬림 의원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에도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통해 여러 논란을 빚어왔고 언론에 여러 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오마르 의원이 알카에다에 동조하는 사람이라고도 주장했다. 오마르는 이런 의혹에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 여성의원들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당선됐는데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들로 인해 민주당이 너무 좌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중도표를 가져올 필요가 있는데 이들이 너무 급진적인 성향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좌장격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직접 성명을 발표하고 이들 여성 의원들을 돕기로 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지저분한 공격에 계속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을 표현하는 방식을 용납할 수 없다. 공화당 동료의원들도 대통령의 외국인혐오(제노포빅) 트위터를 규탄하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