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근무했던 고위 관료들이 17일 ‘보잉 737 맥스 사태는 리더십의 실패’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보잉과 미 연방항공청(FAA)을 비판했다. NTSB는 비행기 사고를 비롯한 각종 교통 관련 안전 문제를 다루는 기관이다.

기고문은 1994년부터 2001년까지 해당 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낸 짐 홀 씨와 1996년부터 2000년 사이 이사를 지낸 피터 겔즈 씨이다. 이들은 보잉에는 오랫동안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를 감독해야 하는 FAA가 이에 동조, 혹은 묵인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미 의회가 나서 FAA가 제대로 된 감독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 기고문을 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

보잉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숨졌는데 비슷한 일을 과거에도 목격했다. 조사관들은 비행기의 설계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이 사고의 핵심 요인이었다고 봤지만 보잉은 조종사들 탓을 했다. 결국 설계 과정에서 있었던 결함은 보완됐지만 더 많은 사망자를 낸 또다른 추락 사고 이전에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일은 우리가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근무할 때도 일어났던 적이 있다. 지난 1년 사이 발생한 두 건의 보잉 추락사고 훨씬 이전에 말이다.

1991년 3월 3일 유나이티드 항공이 운항하던 보잉 737은 콜로라도 스프링스 지역으로 향하던 중 추락해 탑승객 25명이 숨졌다. NTSB는 약 2년 동안의 수사 이후 사고 원인 가능성 중 하나는 비행기의 방향타(注: 비행기의 수직 꼬리날개의 뒷부분을 아래 위 축의 주위로 회전하도록 하는 장치)에 있었던 결함으로 판단했다. 방향타가 조종사의 의도와는 반대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NTSB는 미 연방항공청(FAA)으로 하여금 보잉이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수정된 부품을 개발하고 이 부품이 준비가 되면 모든 항공사들이 이를 탑재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보잉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1994년 9월 8일, US 항공이 운항하던 보잉 737은 피츠버그 인근에서 또 한 번 추락해 탑승객 132명 전원이 숨졌다. 수사 결과 이 두 사고 사이에는 명백한 공통점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보잉은 이번에도 비행기 설계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보잉은 또다시 조종사가 방향타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고의 원인은 방향타의 오작동이었다는 사실이 결국에는 확인됐다. 보잉은 관련 부품을 다시 만들어 모든 737 기종에 탑재했다. 이후 이 문제로 인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보잉의 짜증스러운 ‘거부 문화’는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737 맥스 8 사고로 346명이 숨진 후에도 말이다. 보잉은 자신들이 만든 비행기의 설계 결함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하는 것조차 꺼려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737 맥스 기종이 수개월 동안 운항이 중단됐음에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보잉의 고집이 보잉과 고객들을 재앙으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사고 피해자의 가족들 일부가 17일 미 의회에서 증언을 하기도 했다.

더욱 최악인 것은 보잉이 판매를 앞당기기 위해 FAA의 도움을 받아 일반적인 검증 절차를 회피했다는 점이다. 안전에 대한 보잉의 부적절한 인식과 FAA의 공모는 두 기관의 리더십이 사라져버린 부도덕성을 보여준다.

보잉은 10월에 발생한 인도네시아 추락 사고 이후 첫 번째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조종사들의 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FAA는 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 여객기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대응하는 방법을 조종사들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있었다. 보잉은 3월에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비행기 조종석에 있는 소프트웨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금의 737 맥스 기종의 길이는 143ft(약43.6m)로 23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다. 이는 1960년대에 운항하던 과거 737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시 비행기는 94ft 길이에 118명 이상이 탑승할 수 없었다. 요즘의 규제 감독 절차 하에서는 새로운 검증 과정 필요 없이 비행기의 설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비행기의 기능이 바뀌고, 더 큰 엔진이 탑재됐으며, 새로운 항법 장치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들은 비행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아도 됐다. 판매를 늘리기 위한 보잉의 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그리고 FAA는 이를 용인했다.

안전은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문제다. 그러나 보잉과 FAA의 지도부는 우리들을 실망시켰다. 보잉은 누가 이런 기업 문화를 용인하고 독려했는지에 대해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데니스 뮬렌버그 CEO를 비롯한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맥스 8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항공 규제 감독기관이 비행기 제작사들에 대한 감독을 강력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FAA의 정식 청장 자리 역시 18개월 이상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의회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내버려뒀지만 지금이라도 관련 시스템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미 의원들은 20년 전 FAA를 정치적 공방에서 벗어나도록 해 청장이 5년 임기를 채울 수 있도록 하려 했다. 이를 통해 FAA가 수장(首長)이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감독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의회는 FAA 청장 임기를 무제한으로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의회의 감시 및 감독 권한을 사용, 새로운 FAA 청장이 감독을 받아야 하는 회사들을 제대로 감독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도록 할 수도 있다.

핵심은 미국이 최근 만든 두 대의 비행기가 몇 달 사이에 연달아 추락해 350명 가까이 숨진 점이다. 이런 비행기들이 하늘을 날도록 만든 감독 절차에 대해 어느 누구도 떳떳할 수 없어야만 한다. 지금은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