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8일 전 경질된 존 볼튼 전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이 벌써부터 설전을 벌이고 있다. 볼튼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많은 최신 정보를 가진 사람인데 폭로전이 계속 이어지면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대북 협상에 임하는 미국과 한국, 북한의 속내를 볼튼이 폭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볼튼 전 보좌관은 18일 뉴욕 게이트스톤 연구소가 주관한 비공개 모임에서 이란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날 모임에 참석한 두 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볼튼 전 보좌관은 북한과 이란과의 협상이 ‘결국 실패할 운명(doomed to failure)’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이 협상을 하는 이유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볼튼 보좌관은 중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욱 많은 발언을 했다. 그는 몇 개월 전 이란이 미국의 정찰 드론을 공격했을 때 (군사)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이란이 더욱 과격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때 미국이 보복을 했다면 이란이 사우디 석유 생산 시설을 공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으로 초청한 것은 끔찍한 신호를 보낸 것이고 9.11 테러 희생자를 모독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샌디에이고 장벽 건설 현장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기자들은 볼튼 보좌관의 중동 및 북한 관련 발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볼튼의 중동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존은 어느 누구와도 같이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그를 (보좌관으로) 데리고 왔을 때부터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중동 개입을 너무 선호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John was not able to work with anybody and a lot of people disagreed with his ideas and a lot of people were very critical when I brought him on in the first place because of the fact that he was so in favor of going into the Middle East)”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악관에서 같이 근무했던 사람에게 하기에는 다소 가혹한 말로 보인다. 이 답변 이후 한 기자는 북한과의 협상은 실패할 운명이라는 볼튼의 발언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트럼프는 이렇게 답했다.

“말로만 하는 것은 쉽다. 그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그런데 지난 3년간 (북한의) 핵실험은 없었고 우리들은 인질들을 돌려받았다. 전사했던 위대한 군인들을 돌려받았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돌려받을 것이다. 우리들의 영웅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는 좋다. 나는 어디 돌아다니면서 ‘리비아 모델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이게 나은 것 같다. 볼튼은 리비아 모델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에 따라 일들이 나쁜 방향으로 역행하게 됐다. 나는 존이 과거의 그들이 얼마나 나쁘게 했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 수도 있다. (Well it is easy to say that. He may be right and he may be wrong. Let’s see what happens. Only time will tell. In the meantime, for the three years, there were no nuclear testing, we have gotten our hostages back, we have gotten our great soldiers back who were killed, many of them, and many more are coming back, we have many more coming back, and the families of those, and we call them our heroes, they were our heroes and they are coming back. And the relationship is good so I think that is better than somebody who goes around and saying ‘we want to use the Libyan model’, he said the Libyan model, that set us back very bad when he said that. So I think John really should take a look at how badly they have done in the past and maybe a new method will be very good.)”

트럼프 대통령이 매번 대북 협상 성과라고 언급하는 것은 핵실험이 없었고 억류됐던 미국인들과 미군 유해를 돌려받았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미사일 실험이 없었고 이에 따라 일본인들도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꼭 성과에 포함했는데 이날은 말하지 않았다. 단순히 까먹은 것인지 최근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편 볼튼 보좌관은 이날 베네수엘라에 2만에서 2만5000명의 쿠바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볼튼은 이들이 떠난다면 그날 자정 안에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