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대통령 탄핵 검토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한 보도가 나왔다. 이는 17일 믹 멀베이니 대통령 비서실장 대행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멀베이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민주당 관련 수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는 17일 오후 또 한차례 성명을 내고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

미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7월 25일 전화통화를 갖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해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에 관한 의혹을 조사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이다. 통화가 이뤄졌던 7월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4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보류하고 있었을 때였다.

멀베이니의 이날 발언이 논란이 된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헌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뿐만 아니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관련한 조사를 요청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캠프의 이메일을 해킹한 곳의 위치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 있었다는 점을 조사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는 힘을 받지 못하는 일각의 주장이지만 이렇게 됐을 경우 트럼프는 러시아의 도움 없이 자신이 당선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의 전직 국토안보부 장관 등은 이런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해왔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이 문제를 확인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 멀베이니의 설명이었다.

멀베이니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부패 문제에 우려를 갖고 있었고 2016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달라는 것도 이런 취지였다”며 “이는 완전히 적절한 조치였다”고 했다.

멀베이니는 이런 발언이 논란이 되자 오후에 낸 성명에서, “언론은 또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공평하고 정치적인 마녀사냥을 이어가기 위해 나의 발언을 잘못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명확하게 하자면 2016년 대선 관련 수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교환하기로 한 적이 절대 없다”고 했다. 또 “대통령은 (민주당 해킹) 서버에 우크라이나가 개입했을지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원조를 보류하라고 지시한 적이 절대 없다”고 했다.

이는 멀베이니의 기존 입장과 완벽하게 배치된다. 그는 이날 오전 군사원조가 동결된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는 부패,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금융지원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민주당 해킹 서버에 대한 수사를 들었다. 그는 “그(트럼프)가 민주당전국위원회(DNC)와 관련된 부패도 언급했느냐고?”라며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원조를 보류한 것이다”라고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멀베이니의 발언으로 탄핵 국면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에릭 스월웰 민주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고백을 듣게 됐다”고 했다. 테드 류 하원의원은 “믹 멀베이니가 그때(17일 오전)에 거짓말을 했거나 지금(17일 오후)하고 있다”며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