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워싱턴 내셔널스를 두고 많은 언론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큰 뉴스는 양팀 모두 원정경기에서만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명한 스포츠 칼럼니스트 제이슨 게이는 10월 31일 ‘챔피언인 워싱턴 내셔널스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칼럼을 썼다. 이번 월드시리즈 경기는 기존 스포츠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던 인식, 즉 홈구장이 이점이 많다는 것을 완전히 무너뜨려버렸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의 칼럼을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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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내셔널스는 돌아갈 수 없다. 그들은 워싱턴 DC로부터 정말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 마법과 같은 야구 열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말이다.

뭐 그렇다 해도 그들은 갑자기 미국의 챔피언 도시가 된 워싱턴 DC로 당연히 돌아갈 수 있고 돌아갈 것이다. 내셔널스는 큰 퍼레이드와 훌륭한 샴페인, 그리고 이날을 매우 매우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사람들의 환영을 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거기서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을 뿐이다.

지금 생긴 일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내셔널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7차전까지 가는 월드시리즈 경기를 펼쳤고 홈팀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한 번도. 원정팀은 휴스턴에서 열린 7차전 경기를 6대 2로 이긴 것을 포함해 모든 원정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는 야구 역사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다. 우리는 야구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고 있다. 홍적세(洪績世, 빙하기로서 기원전 1만년부터 선신세가 시작하기 전까지 시대) 시절에도 털북숭이 매머드들이 더블헤더 경기를 펼쳤다(?). 야구에서 무엇인가 신기한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내 생각에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꼭 야구에 대해 많이 아는 친구 중 한 사람이 나와서 ‘글쎄, 그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어’라며 이런 저런 예를 든다(내 경우에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고의 야구 권위자 재러드 다이아몬드이다). 누가 이렇게 나오면 좋은 정보이기는 하지만 좀 짜증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경기와 같은 야구 경기는 과거에 없었다. 완전히 오리지널이었다. 당신이나 나, 재러드 모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처음으로 보게 됐다. 한 팀이 7차전 경기 중 원정경기에서만 이기는 것은 프로농구(NBA)나 프로아이스하키(NFL)에서도 있었던 적이 없다. 하키 경기에서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가 스포츠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뒤집어버렸다. 홈구장은 경기에 있어 홈팀에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광란의 팬들이 가득 찬 홈구장에서 시합하는 최고수준의 홈팀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보였다. 어니 뱅크스(전 시카고 컵스 선수)가 리글리 필드(시카고 컵스 구장)에 대해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하는가? 그는 이를 ‘친근한 울타리(Friendly Confines)’라고 불렀다. 원정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에도 로맨틱한 점이 있다. 남의 동네에서 그들을 무찌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홈구장에서의 승리가 더 로맨틱하다. 홈구장은 편안하고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홈구장에 있는 구석구석과 조금이라도 생긴 구멍, 13달러 맥주가 파는 곳 등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장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셔널스는 그런 경기를 펼치지 않았다. 이들은 휴스턴에서 원정 경기 두 차례를 치르고 워싱턴 DC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주말 3연전을 펼쳤는데 3경기를 내리 졌다. 이는 ‘아기 상어(注: 워싱턴 내셔널스의 제라도 파라 선수 등장곡인데 워싱턴 내셔널스의 주제가 같이 됐다)의 저주’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고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홈팬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줬다. 워싱턴 구장에서 일어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관중들이 미국의 대통령을 향해 ‘부’하며 야유를 날린 것이었다.

내셔널스는 지쳐있는 모습으로 휴스턴을 향했다. 그리고는 (휴스턴의 에이스) 저스틴 벌렌더와 잭 그렌키를 상대로 6차전과 7차전을 이겼다. 정말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런 일이 생겼다. 이는 역사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이는 내셔널스가 워싱턴 DC에서 경기를 그만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셔널스의 스타 플레이어) 맥스와 호위, 앤서니, 후안에게 말해줘라. 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비행사들처럼 그들이 즐기고 있도록 해줘라. 내셔널스 구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선수들을 안에 들여보내지 말아라. 리틀 리그 선수들한테 이 구장을 넘겨줘라. 아니면 댄 스나이더 구단주가 이끄는 ‘워싱턴의 슬픈 기계(注: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는 워싱턴의 미식축구팀 레드스킨스를 조롱하는 표현, 2019년 시즌 현재까지 1승 7패)’가 이 구장에서 경기를 하도록 해라.

아, 댄 스나이더가 이끄는 워싱턴의 슬픈 기계가 그곳에서 시합하도록 하지는 말아라. 이에 따른 징크스는 지워버릴 수 없을 것이다.

핵심은 내셔널스가 원정경기에서만큼은 천하무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원정경기에서 진 이후 한 번도 원정경기에서 진 적이 없다. 이 경기는 벌써 한 19년 전에 일어난 경기 같다. 야구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야구는 분위기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야구는 매우 미신적(迷信的)인 스포츠다. 내셔널스의 2020년 경기 스케줄이 공개될 텐데 원정경기가 162경기가 되면 좋을 것이다(注: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에 162 경기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재러드는 흥분해 있다. 그는 (원정경기를 방문할 때마다 쌓일) 매리어트 호텔의 포인트만 생각하고 있다.

내셔널스 팬들도 이들을 계속 응원할 것이라 확신한다. 2일 워싱턴에서는 퍼레이드가 열린다. 워싱턴 DC가 이를 즐기길 바란다. 그리고 이 마술쇼를 다시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