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성급하고 어설픈 브리핑이 웃음거리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알려진 12월27일, 청와대는 서둘러 입장표명에 나섰다.

고민정 대변인은 “조 前 장관의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인지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통상의 업무를 수행해 왔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검찰은 직권남용이란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한 바 있는데, 향후 그 직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법원의 최종 판결에 의해 명확하게 판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은 영장 기각 사유의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에서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라고 함으로써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권남용의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고,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까지 적시했다.

따라서 청와대가 ‘무리한 판단’이라고 지적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범죄자에 대한 당연한 조치고, 그 범죄혐의도 대부분 소명되었음이 법원에 의해 인정된 것이다.

고 대변인은 ‘영장 기각’ 소식에만 취해 마치 청와대가 검찰에 대해 ‘승리’라도 한 것처럼, 제대로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체 성급한 브리핑에 나섰다가 스스로의 무능을 드러낸 셈이다.

 
[전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

-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함

- 이 사건 범죄혐의가 소명되는데도, 피의자가 일부 범행경위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기는하나,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정 등에 비추어보면,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시의 진술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범행 당시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던 유○○의 비위내용, 유○○가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는 이루어졌고, 피의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해보면,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음

-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2019. 12. 26. 판사 권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