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인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장군이 사망한 가운데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란은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2015년 핵합의를 더 이상 이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라늄 농축 및 생산의 상한선은 이제 없어졌다고 밝혔다. 드론 공격이 발생한 이라크 역시 미국에 반발하고 나섰다. 주권을 침해한 사안이라며 미군을 철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공격을 하면 이란에 있는 52개 목표물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다. 트럼프는 52개의 목표물은 1979년 미국의 이란 대사관에 억류됐던 인질 52명을 상징한다고 했다. 또한 목표물 가운데는 유적지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유적지를 타격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반발했다. 

‘유적지’ 발언이 논란이 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적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또 밝혔다. 그는 “그들(이란)은 우리를 죽이고 고문하고 불구로 만들고 길거리에 폭탄을 설치해 우리들을 폭파시켜버려도 되는데 우리는 그들의 유적지를 건들면 안 된다고?”라며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유적지 공격이 이어질 경우에는 ‘1954년 전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헤이그 협약’ 등 국제 협약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5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가 언급되자, “우리는 합법적인 선 안에서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제안하는 방안을 강구해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했다. 상원에서도 팀 케인 민주당 의원 주도하에 미국이 이란에서 할 수 있는 군사조치에 제한을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법안이 통과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은 불분명하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군사담당보좌관인 후세인 데간은 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군시설 등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의회 의원들은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가족을 찾아 ‘아버지의 복수’를 약속하기도 했다. 4일 이란 국영방송의 생중계한 조문 장면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딸은 “누가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라고 물었고 로하니는 “우리 모두, 이란 국민 모두가 복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아자리-자로미 이란 정보 및 소통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ISIS(이슬람국가), 히틀러, 칭기즈칸, 이들 모두는 문화를 증오한다. 트럼프는 양복을 입은 테러리스트다. 그는 어느 누구도 위대한 이란이라는 국가와 문화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역사를 매우 이른 시일 안에 배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라크 의회 역시 자국 내에 주둔하는 미군을 철수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이상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라크에 엄청나게 비싼 공군기지를 갖고 있고 이를 만드는데 수십억 달러가 들어갔다”며 “이라크가 이를 갚지 않는 이상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라크가 우리에게 떠날 것을 요청하고, 우리가 아주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철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이라크에 과거 보지 못한 수준의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제재가 우스워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라크의 미군 철수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5일 열린 표결에는 전체 328명의 의원 중 170명이 참여해 찬성 170, 반대 0으로 통과됐다. 의회 내에 있는 상당수의 의원들은 쿠르드족 출신 혹은 수니파들이다. 이라크 정부를 비롯한 시아파들은 미군 철수를 원하고 있지만 쿠르드와 수니파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통과된 결의안은 이라크 영토 내 모든 외국 군대의 주둔을 중단하고 외국 군대가 이라크의 영공이나 영토, 영해에서 군사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방침을 시행한다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미국은 2014년부터 이라크에 주둔하며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을 실시했다. 만약 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면 약 5200명의 미군이 철수하게 된다. 유럽 연합군들 역시 미군이 철수하면 같이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 연합군의 작전, 수송, 배치 문제는 대부분 미군이 관리했기 때문에 미군 없이 이들만 주둔해 작전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IS가 다시 살아나게 되면 이들을 막을 역내 역량이 크게 줄어든다.

한편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다른 중동 국가들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으며 가자지구와 레바논, 이라크, 예맨 등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와 매우 가깝다. 미국의 동맹국으로 분류되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이 이들 무장단체의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국가들이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이런 위험 때문이라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학자인 칼리드 알 다킬은 이 신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든 걸프 지역 국가들이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이들은 이란을 적으로 만들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의 상황은 매우 민감하고 분열돼 있기 때문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영향력이 중동 곳곳에 퍼져 있는데 사우디의 석유 생산 시설 등이 또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친미 국가들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침묵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트럼프에 대한 믿음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란의 공격을 받게 됐을 시 트럼프가 얼마나 자신들을 위해 도움을 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 봤듯 이라크 내에 있는 친이란 성향의 무장단체는 이라크 내의 친미 세력들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레바논에는 사실상 이란이 운영하는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있다. 이스라엘도 크게 반길만한 뉴스가 나왔음에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