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 더 나아가서는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또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어땠는지를 엿볼 수 있는 신간(新刊)이 나왔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백악관 출입기자인 캐롤 레오니그와 필립 러커가 쓴 ‘매우 안정적인 천재: 미국을 시험하는 도널드 트럼프(A Very Stable Genius: Donald J. Trumps Testing of America)’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7월 20일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미 국방부 펜타곤의 심장부인 ‘탱크룸’에서 만났다. 매티스와 틸러슨 등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등의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가장 먼저 한국 문제를 꺼내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미국이 만들어 한국에 배치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위해 한국이 10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관련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해다. 또한 미군이 제공하는 보호에 대한 비용을 한국에 청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한테 월세를 받아야 한다. 우리 군인들에 대한 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미국의 방어체계가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데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의 핵위협은 북한의 독재자와 협상을 타결하는 방법을 통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문제는 지도자 대 지도자. 사나이 대 사나이, 나와 김정은(이 풀 사안)”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초조함을 느꼈다는 대목도 이 책에 실렸다. 2017년 8월 그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휴가를 갔다. 당시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러시아의 대선개입 문제를 수사하는 뮬러 특검의 소식을 연일 전할 때였다. 트럼프는 그러나 러시아 수사에 대해 별다른 짜증을 내지 않았고 북한 문제로 고민했다고 한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물러날 당시 트럼프를 만나 북한이 가장 큰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그런데 실제로 북한은 2017년 초 여러 차례의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는 등 트럼프의 신경을 건드렸다. 8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유명한 발언을 했다. 당시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역량을 개발하는 것을 공공연히 할 때였다. 트럼프는 “미국을 더 협박하면 이 세계가 일찍이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의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베드민스터에서 크리스 크리트티 뉴저지주 주지사 등과 만찬을 가졌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 트럼프는 두 시간 내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지만 이날은 조용했다고 한다. 그는 크리스티 주지사에게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며 주기적으로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트럼프가 북한 문제로 곤경에 처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했다.

2018년 6월에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는 비핵화 성사 가능 여부는 “일 분 이내에 알 수 있다. 내 느낌과 촉을 통해 알 수 있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트럼프를 오랫동안 보좌했던 한 인사는 당시 트럼프의 생각을 이렇게 설명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자신이 다른 모든 문제를 보는 것과 똑같이 봤다. 그(김정은)를 꼬리가 중국에 잡혀 있는 채로 으르렁거리고 있는 쥐로 봤다. 트럼프는 그의 메시아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정은이 뭘 원하는지 찾아내 그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역량이 있다고 봤다. 트럼프에게 이는 그냥 또 하나의 협상이었다.”

6월 10일 트럼프는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정은과 예정된 만남보다 36시간 먼저 도착했다. 김정은은 중국 정부가 제공한 보잉 747 비행기를 타고 트럼프 도착 약 5시간 전에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트럼프는 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가 즐기던 일상생활, 즉 그의 침대, TV, 스테이크와 햄버거가 없는 곳의 생활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보좌진들에게 12일로 예정된 회담을 11일로 당기라고 했다. 그는 “왜 지금 바로 하면 안되냐”라고 했다.

폼페오 국무장관과 존 켈리 비서실장,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협상을 당기는 것에 모두 반대했다. 이들은 김정은과 회담을 위해 하루 정도 더 준비를 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또한 11일 트럼프는 싱가포르 총리와 만날 예정이었다. 정상회담 개최국의 총리와의 만남을 취소하는 것은 결례에 해당될 수 있었다. 그러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 트럼프를 설득했다. 회담을 싱가포르 현지시간 11일(월요일)에 하면 미국 시간으로 일요일 밤, 즉 프라임타임에 생중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샌더스는 “각하, 역사적인 회담을 하는데 프라임타임에 방송되기를 원하지 않으십니까?”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를 즉각 받아들였다.

다음날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인권유린범이자 핵으로 전세계를 위협하는 독재자에게 파티를 열어줬다. 그는 김정은 손을 잡고 13초 동안이나 악수를 했고 등을 토닥거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약 9시간을 같이 보냈다. 리얼리티쇼와 같은 외교를 벌였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매우 재능이 많고 매우 똑똑하며 매우 훌륭한 협상가”라고 했다. 그는 “북한주민들은 매우 재능이 많고 이 나라의 미래는 매우 매우 밝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의 수도 서울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만약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한국인) 3000만, 4000만, 5000만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책에는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 개인에 대한 설명도 조금 포함돼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에 아첨한 모습을 본 볼튼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한다. 그는 이 행정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볼튼은 북한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밝혀온 인물이고 김정일을 잔혹한 독재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북한은 볼튼을 건방진 흡혈귀 등으로 불렀다. 볼튼은 보좌관에 취임하기 직전인 2018년 2월, 북한의 위협이 임박했으며 미국이 협상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한 인물이다.

그의 전임자인 H.R. 맥매스터는 전형적인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 그는 주기적으로 국가안보회의를 주제하고 행정부 전반에 대한 사안을 직접 검토했다. 볼튼은 이런 형식적인 회의를 모두 중지시켰다. 그는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을 일대 일로 만나 개인적인 조언을 하는 일이라고 봤다. 트럼프는 자신이 항상 중도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좋아해 일각에서 ‘수퍼 매파’로 분류되는 볼튼을 보좌관에 앉혔다고 한다. 트럼프는 “나에게는 매도 있고 비둘기도 있다. 볼튼은 그냥 폭탄을 투하시킬 사람이다. 그는 당신들의 나라를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릴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볼튼은 매우 규칙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오전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출근했다. 트럼프가 집무실에 출근하기 다섯 시간 전부터 그날의 일들을 정리해 준비해놨다. 그는 오후 4시쯤 퇴근해 일찍 잠에 드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저녁 8시 30분 이후에는 그를 찾지 말라고 보좌진들에게 말했다.

볼튼은 신경이 날카로운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부하직원이 가져온 서류에 클립이 제대로 된 위치에 껴있지 않으면 화를 냈다고 한다. 국가안보회의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은 볼튼을 ‘외로운 늑대’로 봤다. 항상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무언가를 계속 읽기만 했다고 한다.

2019년 2월에는 하노이에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당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김정은과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AP통신의 조너선 레미어 기자가 코언 변호사 증언 관련한 질문을 했다. 트럼프는 대답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백악관은 레미어 기자를 포함한 4명의 미국 기자들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찬을 취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기자회견장에서는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에 돌아온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문제를 언급하며 김정은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그는 “그(김정은)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를 통해 득을 볼 것이 없다. 북한의 감옥은 매우 거칠다. 북한은 거친 곳이다. 그리고 안 좋은 일이 생겼다. 그러나 나는 그(김정은)가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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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이 미사일 방어비용 100억 불 내야”…주한미군 철수도 언급
WP 기자들의 新刊 ‘매우 안정적인 천재: 미국을 시험하는 도널드 트럼프’
金永男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 한국으로부터 미사일방어체계 비용으로 100억 달러를 받아내야 하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지 않으면 이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또 다시 나왔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백악관 출입기자인 캐롤 레오니그와 필립 러커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책 ‘매우 안정적인 천재: 미국을 시험하는 도널드 트럼프(A Very Stable Genius: Donald J. Trumps Testing of America)’를 21일 출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매우 안정적인 천재’라고 답한 바 있다. 이들 기자들은 이 발언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이 지난해 9월에 낸 신간 ‘공포(Fear)’에도 일부 소개된 바 있다.

이 책을 소개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7월 20일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미 국방부 펜타곤의 심장부인 ‘탱크룸’에서 만났다. 탱크룸은 국방부 핵심 인사들이 모여 기밀 사안들을 논의하는 회의실이다. 매티스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 즉 2차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동맹국들과의 관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위험하다고 판단, 동맹의 중요성 등을 그에게 강조하기 위해 이날 자리를 만들었다.

이날 회의는 매티스 장관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됐다. 그는 약 20분 동안 ‘전후(戰後) 국제 질서는 가장 위대한 세대가 남겨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은 유럽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뿐만 아니라 미국도 안전하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90분 동안 매티스와 틸러슨, 콘은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과 정보요원들, 대사관 직원들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이라크, 한반도, 시리아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보고했다. 이후 콘 위원장은 미국 동맹국들과의 자유무역의 이점(利點)을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들이 설명하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우선 한국 문제를 언급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미국이 만들어 한국에 배치한 미사일방어체계를 위해 한국이 10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이 미사일방어체계는 한국과 주한미군을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는 한국이 관련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말도 했다. 철수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군이 제공하는 보호에 대한 비용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한테 월세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 군인들에 대한 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후 나토 동맹이 가치가 없다고도 했다. 나토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제대로 내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전문 용어를 써가며 ‘이들은 비용을 연체(arrears)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회의 참석자들에게 “우리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이를 받아내지 않아왔다”며 “당신들이 만약 개인 사업을 했다면 완전히 부도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매티스 장관은 나토가 서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안전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을 언급하며 ‘패배자들의 전쟁’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회의실에는 많은 군인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대통령을 군 통수권자로 따르고 있는데 군 통수권자가 군인들이 싸워왔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패배자들의 전쟁’이라고 한 것이다. 트럼프는 “당신들은 다 패배자들”이라며 “당신들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더 이상)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미군을 언급하며 미국이 왜 이에 대한 대가로 석유를 받아내지 못했느냐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7조 달러를 썼는데 그들은 우리를 빨아먹고 있다”며 “그 망할 놈의 석유는 도대체 어디 있느냐”라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은데 미국이 더 이상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게 됐다는 발언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그는 “나는 당신들하고는 전쟁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멍청이와 갓난아기 같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당시 징병 대상이었지만 면제된 사람이다.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인 그지만 ‘뒤꿈치 뼈가 자라나는 병’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아 면제됐다. 그런 사람이 군인을 모독하니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틸러슨에 따르면 회의실에 있던 한 여성은 소리를 죽이며 흐느끼기도 했다.

매티스는 자신의 부하인 군인들을 비하하는 트럼프의 발언을 듣고도 침묵을 지켰다. 한 회의 참석자는 매티스가 뼛속까지 해병이기 때문에 군 통수권자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들고 일어선 사람은 틸러슨 국무장관이었다. 그는 “대통령님, 완전히 틀렸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군복을 입은 미국의 남자와 여자들은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군인이 된 것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하려고 전쟁에 나가 죽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된 것”이라고 했다. 틸러슨은 이날 회의 이후 트럼프는 ‘완전 멍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날도 “우리가 군대를 파견한 모든 국가들은 이제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때가 됐다. 우리는 이윤을 남겨야 한다. 우리는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조셉 던포드 당시 합참의장은 점잖게 트럼프를 설득했다. 세계 곳곳에 배치된 군인은 담당 지역 안정은 물론,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장교는 미군에 대한 비용을 다른 국가들로부터 받는 것이 불법일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말만 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틸러슨 국무장관이 일어서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반대편에 있는 군인들과 참모들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그는 “나는 군복을 입어본 적은 없지만 이것만은 알고 있다”며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 군복을 입은 모든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군복을 입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조국을 위해, 그리고 우리를 지키기 위해 군복을 입은 것이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이들의 군 복무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확실히 알기를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는 틸러슨의 발언에 화가 났다. 얼굴도 살짝 붉어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바로 어떤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 이날 오후 던포드 합참의장은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국무부와 국방부 관료들은 라이벌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전화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두 부서는 동지의식을 느끼게 됐다. 던포드는 틸러슨 장관에게 이날 군인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보냈다. 던포드는 “당신이 우리를 위해 펀치를 연달아 맞아줬다. 절대 잊지 않겠다”라고 했다.

한편 틸러슨은 2018년 3월 해임됐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2018년 12월 트럼프가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을 철수한다고 발표하자 자진 사퇴했다. 던포드 합참의장은 4년 임기를 다 마친 2019년 9월 물러났다.